희망은 최선을 기대하며 품는 것이고 계획은 최악을 대비해서 세우는겁니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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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속에 책 > 감자줄기 독서법

 감자줄기 독서법
조희봉 북칼럼니스트  | 2004-11-01

얼마 전 이윤기 선생님 댁에 갔다가 낡은 영어 사전 한 권을 보았다. 보통의 작은 페이퍼백 사전이 아니라 국어대사전처럼 굵고 큼지막한 사전이었는데, 하드커버 표지는 이미 어디론가 달아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잡아끄는 건 얼마나 들춰 봤는지 온통 손때를 까맣게 탄 얇은 종이들이 귀퉁이가 모두 떨어져 나간 채 동그랗게 말려서 나달나달하게 닳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 낡은 사전 한 권만으로도 번역가로 살아 온 지난 세월이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이었는가를 충분히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 사전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문득 선생 책의 한 구절이 선명하게 떠올라왔다.

"나는 지금도 사전에서 내가 바라는 항목을 찾을 때마다 항목의 미로를 헤매고는 합니다. 정작 찾아야 할 항목을 잊어버린 채 몇 분 동안이나 사전을 뒤적거리고는 하는 것입니다. 가령, 감자 덩어리가 줄기인지 뿌리인지 알아보려고 '감자'를 찾다가는 김동인의 「감자」 항목도 읽어 보고, 사탕수수를 뜻하는 '감자'(甘蔗), 경제용어임에 분명한 '감자'(減資), 자화(磁化)의 반대 개념일 터인 '감자'(減磁) 항목도 읽어 보고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버릇 때문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내게 이 버릇을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이윤기, 『하늘의 문』(열린책들) 중에서)
생각은 여기서 다시 줄기를 탄다. 감자 캐기는 영어 단어를 찾는 영어 공부법에만 쓰일 수 있을까. 혹시 책을 읽는 데도 '감자줄기 독서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독자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닷컴)를 읽기 시작한다. 정신을 홀딱 빼 놓는 신화의 재미에 빠진 독자는 이제 한 발 더 앞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신화의 세계로 좀더 깊이 들어간 그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민음사)와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창해)를 거쳐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딧세이아』라는 다른 줄기로 건너간다.
또는 아직 이윤기라는 감자줄기를 놓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그의 본격적인 신화 이야기 『뮈토스』(고려원)를 읽고 나서 그가 번역한 조셉 켐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신화의 힘』(이끌리오)을 거쳐 미르치아 엘리아데나 프로이드까지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줄기를 따라 흙 속에서 감자가 후드득후드득 마구 딸려오기 시작한다.


 

 

 

또 다른 독자는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를 읽기 시작한다. 벽(癖)에 들린 조선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정신을 홀딱 빼앗긴 독자라면 역시 이 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굵은 감자줄기를 당기기 시작한다. 이덕무에 반한 독자라면 이미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열림원)을 펼쳐들었을 테고, 박제가에 끌렸다면 산문집 『궁핍한 날의 벗』(태학사)이나 『북학의』(서해문집)를 캐기 시작했을 터이다.

 

 

 


박지원이라는 줄기로 넘어갔다면 감자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해서 그의 아들 박종채의 『나의 아버지 박지원(過庭錄)』(돌베개)이나 정민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태학사)를 잡았을 것이다. 아니면 바로 『열하일기(熱河日記)』(민족문화추진회)를 찾아 나섰거나, 아쉬운 대로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부터 읽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아직 정민이라는 감자줄기를 놓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시미학산책』(솔)을 지나 김원중의 『당시』, 『송시』(을유문화사)나 임창순의 『당시정해』(소나무)에서 이백과 두보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이미 감자가 너무 무거워서 쉽게 일어설 수도 없다.

모든 책이 다 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라면 모두 길고 굵은 감자줄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주렁주렁 감자를 한 아름씩 달고 있다. 줄기는 흙 속에 묻혀 있지만 여러 가지 모습으로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책 속에서 인용으로 나타나고, 주(註)나 해설 혹은 참고 문헌에 나타나기도 한다. 책날개에 붙어 있는 저자 소개만 유심히 읽어 봐도 그 책 혹은 작가와 관련이 있는 감자줄기와 감자들을 능히 알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이윤기 선생은 이렇게 잇고 있다.
"나는 소년 시절부터 '말'을 공부하되 감자 캐는 기분으로 했습니다. 감자를 캐 본 사람은 잘 압니다. 감자 잎줄기를 잡고 그냥 뽑으면 감자가 딸려 나오기는 해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딸려 나오지는 않지요. 이럴 때 조심스럽게 호미를 흙 속에 박고, 무겁게 긁는 기분으로 당기면서 잎줄기를 뽑아 올리면 감자가 주렁주렁 딸려 나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나는 되도록 감자가 많이 딸려 나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작업 능률의 극대화 같은 건, 적어도 내게는 쥐뿔도 아닌 것이지요."

시간을 많이 들일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작업 능률의 극대화 같은 건 쥐뿔도 아니라고 믿는다면 책을 읽는 것도 감자를 캐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굵은 감자줄기 한 권부터 움켜잡고 시작해서 무겁게 긁는 기분으로 샅샅이 훑어 나가면 그리 오래지 않아 하나인 줄로만 알았던 감자가 줄줄이 엮여서 달려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주저앉아서 감자를 캐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손때가 까맣게 묻고 책장이 하나같이 나달나달해진 굵은 영어 사전 한 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나도 말만 캘 것이 아니라 컴퓨터 전원을 끄고 책장으로 가서 알 굵은 감자책이나 한 권 캐야겠다.

 
글쓴이 소개

조희봉 북칼럼니스트 - 북칼럼니스트, 『전작주의자의 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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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영어 학습 최저 투자 시간


"투자도 않고 결과에 대한 기대 수준은 너무 높아요."

이 말은 한국 영어 학습자들에게 필자가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영어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얼마인지 계산해 보십시오. 의외로 절대 시간이 영어가 자유롭게 되기 위해 쏟아야 할 시간에 크게 미달한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가 생활영어에 숙달되고 나아가 인지부담이 큰 학문적인 내용까지 토론할 수 있게 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투자가 있어야 하는지를 필자가 수치로 계산해 본 것입니다.
이 칼럼을 읽고 영어가 잘 향상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향상될 만큼 투자를 안 한 것인지 잘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생활영어 숙달(BICS)에 필요한 시간
① 2-3천 word families (생활영어에 사용되는 필수 기본어는 약 2-3천)
-> 약 4천 단어 (기본어의 파생어까지 포함한 수치)
-> 12,000 의미 (하나의 단어가 평균 3개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다고 가정)
-> 4만 표현 (한 의미가 2-4개의 서로 다른 정형화된 표현을 만든다고 가정)

4만 표현 x 평균 7회 노출 (한 표현을 익히려면 평균 최소한 7회 이상의 노출이 필요) = 28만 노출 필요
28만 노출 ÷ 200노출 (1시간당 100 표현에 노출 x 1일 2시간 학습) = 1,400일 ÷ 330일/년 = 약 4년 (2,800시간)

② 실제의 사용 (말하기) : 1일 1 시간 x 3년 = 1,000 시간

=> ① + ② = 3,800 시간

[주] 여기서 말하는 '숙달'의 수준은 길을 묻고, 식사시킬 수 있는 survival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로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깊이 있는 생각도 표현해낼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만일 해외 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survival수준의 영어회화라면 몇 백 시간 정도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며, Writing까지 고려하면 필요한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2. 높은 인지능력을 요하거나 학문을 위한 영어 숙달(CALP)에 필요한 시간
① 12,000 단어 (전문적인 글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어휘수 15,000-20,000에서 필수 기본어 2-3천을 뺀 숫자)
-> 3만 의미 (하나의 단어가 평균 2-3개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다고 가정)
-> 6만 표현 (한 의미가 평균 2개의 서로 다른 정형화된 표현을 만든다고 가정)

6만 표현 x 평균 7회 노출 =420,000 노출 필요
42만 노출 ÷ 200노출( 1시간당 100 표현 x 1일 2시간 학습) = 2,100일 ÷ 330일/년 = 약 6년(4,200시간)

② 실제의 사용(쓰기/말하기) : 1일 1시간 x 2년 = 660 시간

=> ① + ② = 4,860 시간

3. 생활영어와 학문을 위한 영어에 공히 숙달되는데 필요한 시간
BICS + CALP = 8,660 시간
[주] 위 수치는 평면적으로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는 특정 단어에 노출될 때 이전에 노출된 단어에 동시에 노출 될 것이기 때문에 실제 외국어 습득에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노출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어떤 단어/구/표현은 7회보다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야 습득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위와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판단됩니다. 노출의 질이란 언어에 노출될 때 어느 정도 의식적인 주목을 하는지, 어느 정도 절실한 의사소통의 동기를 가지고 노출되는지 등의 요소를 말합니다.

4. 실제 사례
① 중학교 2,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간 학생이 listening/reading/speaking/writing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영어를 접하고 사용한 시간:
4년x365x7시간=10,000시간
② 어학연수 1년 동안 학습시간(home stay 기준): 365일x10시간=3,600시간
③ 외국의 경우 각 직업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에 소요되는 시간(사례): 4,300시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2,000-2,500시간/자기 직업에 필요한 실무영어: 800-1,300시간 등)
④ 어린이의 모국어 5,000어 습득(3-6세): 4년 x 365일 x 5시간 = 7,300시간
⑤ 원어민 고교 졸업생
노출 시간: 19년 x 1일 5시간 x 365일 = 34,675 시간
사용 시간: 17년 x 1일 2시간 x 365일 = 12,410 시간
=> 총 47,000 시간
⑥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한국인의 영어 학습 시간(공교육 기준): 약 1,200시간


5. 학습자의 전략
한국에 살면서 위와 같이 많은 시간을 들여 영어의 듣기/말하기/읽기/쓰기에 모두 유창해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럴 필요 자체가 있을까요? 우선은, 자신이 지금 당장 회화가 급하다면 회화에, 쓰기가 급하다면 쓰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또, 목표수준을 좀 낮추십시오. 그리고 다음 인용구처럼 현재 알고 있는 소량의 지식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시기 바랍니다.

An important aspect of language learning is the need to learn how to make the best use of the little you know.

그리고 일단 기본이 되고 나면 content-based learning 방식을 적극 활용하십시오. 이는 언어 자체를 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보/지식을 얻는 수단으로 즉 간접적으로 배우라는 것입니다. 즉, 영어의 기본을 갖춘 후 신문도 영어로, 책도 원서로 읽는 방식을 말합니다.

EnglishCare 수석 닥터 이찬승


 

출처 : http://www.et-house.com/html/freecont/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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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2006년 탑10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2006년에 읽은 책들중 가장 맘에 들었던 열권.을 골라 본다.
그래, 음력으로 하면, 아직 연말이야. 라고 우겨보면서.

우천염천 / 무라카미 하루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97689

"하루키식의 엄살없고, 과장없고, 건조하지만, 그 특유의 시선과 세계관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글은 '역시 하루키'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키의 글들, 특히 잡문들을 좋아한다( 위스키 성지여행 빼고) 하루키의 다른 여행기들, 특히 여행기치고는 꽤나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그러나 절대 지루하지 않은!)  '먼북소리' 와 같은 책도 좋지만, 이 책, 얇지만, 하루키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스 정교의 성지인 아토스반도와 터키내륙지방 여행기.이다. 게으른 여행객들은 절대 가지 않고, 게으른 여행객인 내가 갈 일도 아마도 없겠지만( 여행기는 뭔가, 나도 이 다음에 한 번.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서른 살의 다이어리 (원제 : 망할년 클럽)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94833

작년 1월초( 정확히 1월3일!) 에 이 책을 읽고, 엄청 오버하며 올해의 책 어쩌구 했던 것은
연초와 와인의 힘이 없지 않았지만, 좋은 책이다. 이십대후반의( 우리나라오면 삼십대 된다!)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 내가 써 보고 싶은 류의 책이고, 겉으로 보면( 바뀐 제목도!) 칙릿.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고, 꽤나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1.5세대들 이야기라는 면에서 수키 김의 '통역사'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1.5세대소설.이라는 면에서도, 역시나 한 수 위인 책이다.

이야기는 여섯 주인공의 각자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각자의 이야기들 하지만, 가족같은 친구들이 항상 그 정도의 차이를 두고 겹친다.
엠버는 음악에 재능이 있고, 로렌은 작가의 분신으로 유수의 잡지사에 고정칼럼을 기재하는 기자이다. 레베카는 라틴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잡지'엘라'의 편집장이고 모두 이해못하는 브레드라는 머저리와 함께 살고 있는 완벽한 여자이다. 사라, 역시 완벽한 삶을 영위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로베르토라는 완벽한 남자와 함께 살며, 마사 스튜어트같은 생활을 꾸려나가는 수퍼우먼이다. 우스네비스는 마냥 유쾌하지만, 과거의 가난으로 인한 콤플렉스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명품족이다. 엘리자베스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마음도, 몸도, 얼굴도 인 완벽한 여자이다.

이유/ 미야베 미유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16384

그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하나? ) 미야베 미유키의 광팬.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이 겁나게 많이 나왔지만,( 나오고 있지만)
그리고, 그 책들은 초기작이건, 허접작인건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든 책이 내 맘에 쏙 드는 건 아니였다.
나를 '미야베 미유키'의 세계로 끌어준 책이기에, 이 책은 누가 뭐래도 나에게 있어 최고의 책.

'미야베 미유키의 67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소설이었다. '네가족 몰살사건' 을 조사하는 무인칭의 화자가 사건의 진행을 르포 형식으로 되짚어 간다. 그 과정에서 사건과 그 정도의 차이를 두고 관련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관련된 사람들. 사건에서 뻗어나가는 그 인맥의 선들이 이리저리 이어져 결국 '범인' 에게까지 가게 되면서 그 모든 방사선은 완결된다. '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13831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이 책 이후 나온 '유령인명 구조대' 는 따뜻하고 훌륭한 책이긴 하지만,
13계단.만은 못하다. 는 생각이다. 지난 겨울 삿포로여행길에 읽은 이 책은
주제와 결말, 독자에게 던지는 그 커다란 퀘스쳔마크. 로 인해 아주 오랜만에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 재미와 고민과 커다란 질문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을 발견할때의 희열은 그 어느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독자에게 아낌없이 주고 있다.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30268

아, 이 책을 드디어 읽었구나. 작년에.
나를 미스테리소설의 세계로 빠뜨린 것은 엘러리 퀸이었지만,
그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죽을때까지 나는 미스테리소설의 팬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건 바로 말로우가 아닐까.

챈들러는 '기나긴 이별'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쓴 편지에서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던 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럴 수 있게 됐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애니 프루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41839

2005년에 내가 미국남부시골, 카슨 매컬러스의 카페의 감수성을 만났다면
2006년에 나는 미국중서부 척박한 와이오밍의 애니프루를 만났다.
소설을 읽은 후의 카타르시스. 짜릿함.
와이오밍에 관한 단편들
'외로움조차 침범할 수 없는 삶의 고단함'

아마도 나는 '메뚜기 냄새가 풍겨 오는 뜨거운 어느 여름 정오, 마당에서 낯선 트럭의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 라는 걸 죽을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라는 글을 읽을때 와이오밍이건 여기건 과거이건 현재인건 인간을 사로잡는 그 무엇,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그 무엇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존 버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50803

존 버거의 이 책.
경외감이 드는 책이다. 존 버거에게 내가 느끼는 건, 바로 그거다. '경외감'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을 봤을때 느껴지는 필연적인 겸손함으로 머리를 수그리게 되는 그런 경외감. 노년의 존 버거. 앞으로 내가 지금 나와 있는 그의 책 외에 그의 새로운 책을 보게 되는 날이 남아 있는걸까. 할 수만 있다면, 저승사자를 인질로 삼아서라도, 백년천년 살았음 싶다. 그가 노년에 쓴 이 책이 전성기때의 책들만큼 신선하고 감탄스럽지는 않을 지언정, 그의 이 책은 더욱 더 깊은 잔향을 일으킨다. 끝나지 않는...

존 버거 나이 여든에 쓴 이 글이 죽은자들과 그가 여행했던 곳곳을 돌아보는 내용의 이야기라니,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걸 읽는내내 망각하게 된다. 존 버거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는 소설과 에세이를 산자와 죽은자들을, 기억과 현재를 동시에 한 곳에 불러내는 마법사와 같다.

 

 

 

 

 

 

 

 

 

 

 

 

 

 

 

모방범/미야베 미유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26818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28424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33977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분량과 내용과 결말로 독자를 압도하다. 
출판사에 전화 걸어 서점에 책 풀리는 날짜 확인하고, 서점에 전화 걸어, 나왔는지 확인하는 안달복달의 나날들을 안겨준 소설. 더 이상의 코멘트.는 필요없다.

범인과 희생자를 제한 사건 주변부의 인물들, 즉 경찰, 언론, 피해자의 유족, 가해자의 가족, 들의 이야기가 쉴새없이 펼쳐져 1600여페이지의 긴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단숨에 읽힌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란 말은 이제 그녀에게 식상하다. 아주 오래간만에 호흡이 긴 미스테리 소설을 즐길 수 있어서, 덥지만 즐거운 여름이었다.

바람의 그림자/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20305

이 책을 읽었던 생각만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슬픔과 희망과 기쁨과 행복과 두려움 등등등은 어쩌면
모두 아주 가까이 있는 감정들인지도 모른다. 아주 가까와서
각각의 다른 감정들이 동시에 묻어나기도 하고, 뭐, 그런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각기 다른 감정들이 스페인내전을 배경으로 수채화처럼 묻어나는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 좋았어. 이건 책들의 이야기야."
" 책들?"
" 저주받은 책들의 이야기. 그걸 쓴 사람의 이야기, 소설을 불태우기 위해서 소설 바깥으로 나온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배신과 실종된 우정의 이야기야. 사랑의 이야기이고 증오의 이야기이며 바람의 그림자에 살고 있는 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핑거스미스/세라 워터스
 
뭔가 예쁘고, 아름답고, 경외감들고, 압도당하는 그런 책들만 읊어대다가
갑자기 아주 퇴폐적이고, 사특한 소설 들이미는 이 기분. 씨익-

아주 못된 소설이다.
세라 워터스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자. 얼마나 관심이 가는가?
시대는 19세기 빅토리안.이다. 찰스 디킨스의 시대. 작품의 첫 장면은 올리버 트위스트 연극이고,
박력있는 등장인물들은 찰스 디킨스의 등장인물에 빚을 졌다.
배경은 런던의 뒷골목 도둑 소굴, 정신병원, 외설 소설서점, 음산한 시골 대저택


- The e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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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율리시즈'를 읽기 위하여

이달에 가장 고대하는 책 중의 하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생각의나무, 2007)이다. 역자는 역시나 김종건 교수인데, 상품 소개가 뜨지 않아서 책이 범우사판을 한 권짜리로 다시 내는 것인지 개정된 내용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달라진 내용이 없다면 일종의 '트릭'이다). 제목이 <율리시즈>에서 <율리시스>로 바뀐 이유도 잘 모르겠고(그냥 '차별화 전략'인가?).

 

 

 

 

나로선 범우사판의 <율리시즈>를 모두 갖고 있고, 역자의 <알기 쉽게 풀이한 율리시즈>(범우사, 1997)도 챙겨놓은 지 오래이다. 다만 이 세기의 문제작을 완독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간혹 여름방학때면 조이스학회에 주관하는 '율리시즈 강독' 강좌가 개최되곤 하는데, 언젠가부터 한번 들어본다고 마음만 먹다가 두어 차례 흘려보내고 말았다.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던 것인데, 덕분에 2종류 갖고 있는 <율리시즈>의 원서도 책장에서 자고 있다. 게다가 범우사판 <율리시즈>와 관련서들이 모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라 이번에 나온 책이 개정번역판이라면 새로 구입해볼 생각을 품어본다. 그런 생각의 와중에 문득 '준비'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이 페이퍼를 쓴다.

 

 

 

 

먼저 조이스에 관한 책들을 챙겨둘 필요가 있겠다. 리처드 앨먼의 평전 <조이스1,2>(책세상, 2002)가 일단 챙겨두어야 하는 소장도서(조이스 컬렉션을 마저 채우려면 돈푼깨나 깨지겠다). 나는 이 두툼한 평전 대신에 얄팍한 조이스 두 권, 곧 데이비드 노리스의 만화 <조이스>(김영사, 2006)와 프랭크 스타터의 <30분에 읽는 제임스 조이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을 챙겨두고 있는데, 상황을 봐서 용적을 늘려야겠다(사실 문제는 책값이 아니라 꽂아놓을 공간이다). 거기에 국내서를 보태자면 나영균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정우사, 1999), 김학동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건국대출판부, 2001)를 꼽아볼 수 있겠다. 두 권 모두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들이다.  

<더블린 사람들>에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거쳐서 <율리시즈>에 이르는 조이스의 여정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여러 종의 번역서들이 나와 있다). 다만 거기에 덧붙여 횡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도 있다. 러시아작가 나보코프가 세계 4대소설로 <율리시즈>와 함께 꼽은 책들인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경우 국내 유일의 완역본(국일미디어, 1998)이 현재는 절판중이지만 같이 읽어두어야 할 고전이다. 거기에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안드레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문학과지성사, 2006)까지가 그 네 권의 소설들이다(카프카의 경우엔 <변신>을 꼽았는지 아니면 다른 작품을 꼽았는지 헷갈리긴 하다). 모두 20세기 전반기에 각 언어권별로 세게문학이 산출해낸 걸작들의 목록이다.

 

 

 

 

그리고 종적으로 읽어야 할 책은 물론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06)부터이다. 이 방대한 고전도 읽어내려면 상당한 견적을 요한다. 영역본도 한두 종 정도는 갖춰놓는 게 좋겠고(인터넷에 떠 있긴 하지만 편의상) 해설서도 챙겨두도록 하자. 피에르 비달나케의 <호메로스의 세계>(솔출판사, 2004)나 강대진의 <고전은 서사시다>(안티쿠스, 2007)가 적절한 길잡이가 돼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아우구스테 레히너란 오스트리아 작가가 다시 쓴 <오디세이아>(문학과지성사, 2006)도 번역/소개돼 있다. "그리스 서사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쓴 작품. 원전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의의를 그대로 전하는 동시에 읽는 재미를 준다.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 글을 수록해 장대한 텍스트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짚어준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화도 함께 실었다"고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책이 프랑코 모레티의 <근대의 서사시>(새물결, 2001). 문학사의 모더니즘에 대한 도발적인 재평가/재서술을 시도하고 있는 이 야심만만한 책의 한 장이 '<율리시즈>와 20세기'에 바쳐져 있다.

Улисс

개인적으론 지난 2004년 모스크바 체류시 러시아어본을 구하고자 했었던, 하지만 끝내 구하지 못한 책이 세 권 있는데, <율리시즈>는 그 중 하나이다(<모비딕>과 <특성없는 남자>가 다른 두 권이다). <율리시즈>의 경우는 러시아어본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너무 고가였다(기억에는 3만원이 넘는 액수였다). 

Улисс

그러는 사이에 작년에 보다 대중적인 판본의 새 번역서가 나왔다(역자가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감스러운 건 인터넷서점에서 품절중이라는 것. 내가 <율리시즈>를 읽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손대볼 수 있는 건 이 러시아어본을 손에 넣는 일이다...

07.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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