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작품

나무 로봇과 통나무 공주 ㅣ 작은 곰자리 61
톰 골드 지음, 김이슬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11월

유명 만화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는 수식어만으로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그림책의 경계가 확장되며 여러 장르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만화가와 그림책의 만남은 반가운 소식이지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그림체와 귀여운 캐릭터는 첫눈에 호감을 가지도록 하는데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다정함이 뚝뚝 흐르는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아이를 가지지 못해 슬픈 왕과 왕비,

숲속에 사는 늙은 마녀,

밤이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비밀을 안고 있는 주인공까지.

여러 옛이야기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들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이토록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그마한 캐릭터들이 헤쳐나가는 고난과 모험은 결코 작지 않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힘은 바로 사랑이라는,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그 하나의 주제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바로 서로 아끼고 돕는 마음입니다.

발명가와 마녀야, 왕과 왕비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 없었겠지요.

그렇게 가족이 된 왕과 왕비, 나무 로봇과 통나무 공주는 곧바로 사랑에 빠집니다.

우리 세상에서 아기가 태어나고 가족이 이루어지는 모습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마법처럼 세상에 나타난 처음보는 존재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니까요.

"그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통나무예요. 

통나무를 찾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용감하고 다정한 우리의 나무 로봇은 춥고 위험한 북쪽 나라에 홀로 남으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동생을 생각하는 나무 로봇의 마음부터

나무 로봇을 생각하는 작은 딱정벌레 가족의 마음까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우리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 줍니다.

심지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된 시녀의 행동마저도 공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했던 것이라니,

작가의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이 세계관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

이런 깨끗하고 맑은 이야기가 오히려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셈이나 악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지 않나요?

어른에게는 힐링을 주고, 아이에게는 사랑과 이타심을 알려주는 멋진 책입니다.

그에 더해, 역시 만화가여서일까요? 작가가 구축한 이 세계와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무 로봇과 통나무 공주가 각자 겪은 모험들만 해도 몇 권의 책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그 몇 페이지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제발 한 컷당 책 한 권으로 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네요.

용감하고 다정한 나무 로봇과 대담하고 영리한 통나무 공주의 모험을 앞으로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