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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야 영어가 들린다 - 웹소설 오디오북에서 미드, 영화까지: 들리는 영어를 위한 콘텐츠 가이드북
한지웅 지음 / 느리게걷다 / 2022년 11월
평점 :

* 듣기가 되지 않으면 말하기도 되지 않으며, 듣기와 말하기가 되지 않으면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 잘 듣기 위해선 많이 들어야 하며, 많이 듣기 위해선 듣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영어 공부 n년 차이지만, 배워도 배워도 어려운 게 영어죠. 특히 회화요! 저는 영어로 듣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두뇌 회전이 느려지는 게 느껴진답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누구보다 집중할 수 있죠.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유독 낮은 토플 스피킹 점수 때문에 고통받던 학창 시절, 영어 학원에서 미드로 섀도잉 훈련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선생님께서 정말 재밌다고 했던 <더 오피스>였죠. 하지만 발음과 억양 모두 ‘완벽하게’ 따라 하도록 훈련하시는 바람에 저는 몇 주 동안 드라마의 10분 분량도 채 소화하지 못했어요. 말 그대로 고역이었지요. 분명 재미있는 내용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안 좋은 기억 때문인지 나중에도 딱히 찾아서 보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당장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 그저 꾸준히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 발짝 나아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그때의 저에게 누군가 이 책을 건네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수험생 시절 여유롭게 콘텐츠를 즐기기는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마음에서 약간의 부담감을 덜어낼 수는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재미있게 영어를 들을 수 있도록 공부법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난이도별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학원에 다니거나 인강을 끊어서 각 잡고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의 작은 습관처럼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 특히 성인들에게 적합한 길잡이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디오북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문자 매체가 조금 더 익숙한지, ‘오디오’와 ‘북’이라는 두 단어의 결합이 아직은 생소한데요. 이 책을 알게 되기 한 달 전쯤 우연한 기회로 <데미안> 원서 오디오북을 들어보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오래 집중해서 듣기에는 피로도가 크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선은 가볍고 재미있는 웹소설과 같은 ‘시리즈물’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책에서 확인하세요!
언어 학습에 있어 일상화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보다 동의합니다. 어린 나이에 어학연수를 떠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전화 영어를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겠죠. 제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끌렸던 건 저의 어린 시절 경험과도 관련이 있답니다. 잠시 옛날얘기를 하자면, 어릴 적 저는 일본 만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카드캡터 체리>, <명탐정 코난>, <원피스>, <블리치> 등등 애니메이션을 일본어 버전으로 다운받아 잠들기 전 하루 몇 편씩 보고는 했죠. 보다가 졸려지면 보았던 마지막 편을 다시 틀어두고 잠이 들었는데요. 이미 한 번 보았던 내용이니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일본어인데도 다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전 일본어를 쓰거나 읽지는 못하지만 약간의 리스닝은 된답니다. 일본어를 공부하겠다는 마음 하나 없이 들어도 이 정도였는데, 영어는 어떻겠어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는 이 책에 소개된 작품 중에도 익숙한 것이 많은데요. 반면 오디오북과 다큐멘터리는 생소한 분야라 영어 공부에 좋은 콘텐츠임을 알더라도 쉽사리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가 힘들죠. 이 책의 진가는 그곳에서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소개 글만 읽어도 이어지는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지는 작품, 그런 작품을 만날 수만 있다면 반은 끝난 것 아닐까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까요. 공부법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콘텐츠 소개 모두 간결하고 가벼운 문체로 쓰여 있을 뿐만 아니라 조판이 여유로워서 독서와 가깝지 않은 분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 한 가지만 언급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듣기 난이도가 대체적으로 오디오북,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은 3점대, 드라마와 영화는 4점대로 분포되어 있는데요. 영어 수준의 객관적인 판단에 따른다면 납득할 만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콘텐츠 중 하나를 골라 학습을 시작하고자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친절하지 못하다고 느껴졌어요. 각각의 분류(오디오북,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안에서 조금 더 세분화된 난이도 점수를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작품들도 난이도순으로 배열하고요. 또 영어 학습적인 측면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 콘텐츠 설명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콘텐츠가 더 많다 보니 ‘들리는 영어를 위한 콘텐츠 가이드북’이지만 부분부분 ‘콘텐츠 가이드북’인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콘텐츠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이 시대에, 흥미로운 콘텐츠를 엄선하여 만든 영어 학습 가이드북의 선두 주자인 만큼 아쉬운 점은 미래의 발전을 위한 조언으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한 달 완성 기초 영어’, ‘세 달 만에 토익 900점 따기’ 같은 효율적인 학습법이 범람하고 있지만, 언어 교육학 전공자로서 실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꾸준한 일상화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즐겁지 않지만 콘텐츠는 좋아하시는 분들, 이 책 한 번 참고해 보세요. 저는 벌써 봐야 할 콘텐츠가 한 가득이랍니다. 제 취향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오디오북]
1.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네, 제가 바로 해덕입니다! 해리 포터 원서 읽기가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었는데요... 네.. 그랬지요... 오디오북이라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레디 플레이어 원: 게임이 취미가 아니라 이런 장르는 낯선 편인데, 줄거리에 소개된 설정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3. 신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 같아요. 동화도 좋아하고, 기존에 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배경이나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도 좋아하거든요.
[다큐멘터리]
1. 살아있는 지구
2. 코스모스
: 본 적은 없지만 제목은 아는! 명작들이기 때문에 이 두 편만큼은 꼭 봐야겠습니다.
[애니메이션]
1. 라따뚜이: 제 인생 영화인데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대사도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리스닝하기에 적절할 것 같습니다.
2. 클라우스: 크리스마스마다 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강력 추천합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자막 없이!
[드라마]
1. 빨간 머리 앤: 저의 최애, 인생 드라마랍니다. 이미 두 번 정주행을 했는데요, 다음에는 자막 없이 도전해 보려고요.
2.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넷플릭스 화면에서 항상 보면서 궁금해만 하던 드라마였어요. 소개 글을 읽고 앗 정말 봐야겠다 싶었지요. 꽤 엄청난 세계관을 가진 착품 같아요.
[영화]
1. 휴고: 또다른 명작입니다. 아시나요? 모르신다면 오늘 당장 보시길! 저도 오랜만에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 보고 싶네요.
2. 나이브스 아웃: 추리물도 정말 좋아한답니다. 사실 다른 장르보다는 리스닝이 까다로울 것 같지만, 오디오북도 듣고 다큐멘터리도 보며 훈련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죠?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듣기가 되지 않으면 말하기도 되지 않으며, 듣기와 말하기가 되지 않으면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 P11
언어 습득의 관건은 일상화에 있다. 듣기든, 말하기든, 읽기든, 쓰기든, 일상화가 이루어질 때 자연스레 숙달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이 바로 그러하며, 모국어가 아닌 언어의 경우 듣기의 일상화는 대화보다는 콘텐츠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 P12
사람들은 흔히 이미 잘 들리는 것을 듣는 것은 효과가 없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들어야 훈련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 P31
실제 대화에 좀 더 가까운 형태를 경험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와의 유용성과는 별개로 학습 효율이 가장 높은 콘텐츠가 오디오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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