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 지중해의 작은 보물섬
정수지 글.사진, MIROUX 그림 / 책미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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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다르지 않았던, 여행책>

 

 

 

이 책도 여느 여행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또한 나의 여행과도 비슷했다. 그래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른 여행책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역시

기쁨, 즐거움, 쾌락, 분노, 슬픔, 감동, 외로움 등... 우리네 삶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발견했다. 다만 한국이 아닌, 아름다운 그 나라의 풍광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자들이 남긴 글자취는 서로가 서로를 따돌려가며 큰 격차를 만들지는 않았다.

마치 서점에서의 부동의 베스트 셀러와 스테디 셀러가 따로 있다는 게 아니라는 말씀.ㅎㅎ

나는 책장에서 여행책만을 따로 꽂는데, 책들은 격조있는 글솜씨에 따라 책장에 꽂혀 있지 않는다.

다만, 요철이 예뻐보이지 않아 키순서대로 모아두었을 뿐.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중남미, 유럽, 아시아 등 다양했지만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은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타국에서 느끼는 객창감마저도.

나 역시 당장 서울에만 뚝 떨어져도 hectic한 그 느낌이 타지 사람인 나를 따돌리는 것만 같아 이따금씩 객창감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여행자들은 특유의 DNA와 성격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쾌활한 성격,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전 정신 등, 나에게는 없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있기 때문에 여행이 가능한 줄 알았다. 마치 여행은 오롯이 외향성 인간들의 소유물인 양 생각했었다.

밤에 도착하면 어떻게 숙소까지 가나...? 내가 외국인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등등... 책에 깊이 빠져들 수록 이상하게 나의 자신감을 깎아 먹기 일쑤였다.

 

거기에 숙소에 자리가 없다거나, 소매치기를 당했다거나, 외국인 친구들과 도미토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초조해졌다.

괘씸하게도 두려움은 자신감을 서서히 잠식해갔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여행을 떠나보니 별 것 아니었다.

그동안 배웠던 스페인어를 써먹으려고 콜롬빙, 페루, 그리고 에콰도르를 여행했다.

언어가 되니 숙소 예약과 교통편 예약도 한결 수월했고, 친구들을 만드는 것도 약간의 쪽팔림과 용기가 가미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역시... 내가 만든 두려움은 결국 허상일 뿐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강하고 질긴 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척이나 감사하고, 소중한 여행이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접한 이 책,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는 나의 소중한 여행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무척이나 고맙게도.

그리고 작가님께서 느꼈던 감정, 소회들도 나의 그것들과 크게 진배없음을 느끼면서 오히려 작가님에게 묘하게 우리는 역시나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 책은 포근했다. 따뜻했고. 사시사철 날씨가 좋은 몰타의 풍경 덕분인지 한 겨울인 지금 이 책을 읽었음에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이 말을 다시금 읖조려볼까나.

 

이 책도 여느 여행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또한 나의 여행과도 비슷했다. 그래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몰타, 고마워. 네 덕분에 다시금 행복해졌어. Thanks, Malta!

 

* 내 마음에 쏙 들어온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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