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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 어둠 속에서 부르는 목소리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몇 년에 한 번씩 꼭 화재가 되는 범죄가 있다. 일어날 때 마다 온 국민이 두려움에 떨고, 경찰들의 야근이 잦아지며, 몇 백 개의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이 올라오는 살인사건. 여자친구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를 주인공으로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과 영화도 유명하다.
그런데 나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연쇄살인사건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것이 있다. 연쇄살인범의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바로 그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연쇄살인범의 과거는 대부분 불행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연쇄살인범에게 치가 떨리는 증오심 못지않게 동정심도 든다.
이 책에서 너무나 강한 느낌을 받은 두 명은 욕조 속에서 녹아간 에이미와 그녀의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시오리. 이들의 공통점은 추한 얼굴이었고, 그 공통점은 사회에서 죄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것 때문에 고통받던 그들은 서로 의지하고 사회를 비판하며 soulmate와 다름없는 친구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된 것에 상처받던 그들은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각자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에이미는 성형을, 시오리는 파괴를.
에이미는 어릴 때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했던 기억 때문에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애인이라고 여겼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 믿음이 배신당하자 큰 충격에 빠진다. 그 남자의 애인이라고 주장하는 예쁜 여자에게서 그녀의 외모를 비난하는 메일을 받고 결심 끝에 성형한 그녀. 대수술 결과 아름답게 변하지만, 추형 공포증에 걸려 시오리에게서 받은 혼합액을 주입하게 되고, 결국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에이미는 외모지상주의의 최대 피해자이다. 불행했던 학교생활과 부당한 대우, 열등감 등 모두 그녀가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번 생각해보자. 그녀와 관계를 맺었지만 아름답지 않아서 버렸던 남자와, 자신이 예쁘다고 그녀에게 폭언을 퍼부었던 그의 여자친구. 과연 그들의 행동이 옳은 걸까? 예쁘지 않은 것이 그녀의 잘못이었을까?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사회가 자꾸 아름다운 얼굴을 강요하기 때문에 어느새 모두에게 세뇌된 아름다운 얼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 받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 이 글을 읽기 전의 당신을 생각해보라. 아름답다는 것을 부러워 하며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비웃지 않았던가?
시오리 역시 실제 나이보다 20년을 늙어 보이는 얼굴을 가졌었던 여자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사를 놓음으로써 원래의 자신 나이로 보인다는 것에 너무나 큰 만족감과 자신감을 느끼게 되고,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관심을 갖는 남자가 없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에이미를 만나 친구가 되어 함께 그들을 욕하던 중, 성형을 해서 아름다워진 에이미가 자신과는 다르게 남자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에 질투와 배신감을 느낀 그녀. 치사하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리게 되는 치명적인 혼합재를 주사해 끝내 그녀를 죽이고 만다.
외모지상주의의 비극적인 부분이 에이미의 사건이었다면, 무서운 부분은 이 것이다. 아름답지 않아서 심리적으로 계속 고통 받는 그들이 결국 분노와 억울함을 분출하기 위해, 사회를 비난하고 파괴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만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범죄를 저지르는 피해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물론 법적으로는 시오리의 책임을 물 수 있고 또 도덕적으로도 벌을 받기에 합당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심리적으로 그녀를 계속 괴롭히고 압박했던 사회는 어느 나라의 것이었을까? 바로 우리들이, 우리 나라의 우리 사회가 그녀를 살인으로 몰아간 것이 아닐까?
외모지상주의는 황금만능주의와 더불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어떤 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외모지상주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외형을 부정함으로써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지방흡입수술로 무리하게 살을 빼고, 쁘띠성형으로 살을 자르고 뼈를 깎는 것이 시집 잘 가기 위한 필수과정 중 하나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고, 또 어느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자. 과연 외형이 아름답다고 모든 것이 아름다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