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홀러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플로리다, 안녕? 설마 이 편지를 뜯어보기 전에 배를 만들어 개울가에 떠내려 보냈다거나 불쏘시개로 사용한 건 아니겠지? 네 행동은 정말 짐작하기 어려운 것 같아.

  참, 내 소갤 잊고 있었네? 난 너희와 좀 다른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야. 너희 쪽 이름으로는 Chris라고 불리는데, 불행하게도 잡지에서 뜯어온 나머지 이름조차도 없단다. 이 곳은 한국이라고, 중국 가까이에 있는 나라야. 하지만 중국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훌륭한 독립국이란다.

  나는 언제나 쌍둥이가 되고 싶었어. 아니면 예쁜 언니나 멋진 오빠라도.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면 날 혼낼 것 같고, 나이가 적으면 좀 귀찮을 것 같아. 그러다 쌍둥이 친구를 만나고 살짝 품은 마음이 이거였어. 쌍둥이가 되고 싶다. 물론 무서운 샴쌍둥이는 됐고, 나이도 같고 성별도 같고 성격도 비슷한, 그런 쌍둥이가 있었으면 좋겠어. 너와 댈러스처럼 힘들고 어두운 상황에도 함께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좋은 짝 말이야.

  고아원에 아기 때부터 있었다고 했지? 솔직히 너희 이야기를 읽고 ‘아, 나는 행복하구나. 돈을 만진다고 혼낼 사람이나 우물을 파지 않는다고 지하실에 가두는 양부모가 없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 속상해 하거나 짜증 내지 마. 솔직히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잖아? 하지만 너희도 참 행운아인 것 같아. 세상이 너희에게 준 상처와 슬픔과 온갖 나쁜 것 들을 치료하고 이해하고 사랑의 대일밴드를 붙여 줄 사람들을 만났잖아. 정말 잘 된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 할게. 분명히 트레피드 부부와 틸러, 세어리 부부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 트레피드 부부가 너희를 잘못 대접한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들을 이해해 주는 게 나을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아원을 경영하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거든. 그리고 제발 그런 욕이나 상상은 하지마. 너희가 처했었던 끔찍한 상황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을 보살펴 주려고 온 부부에게 지하실에서 재울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일을 하게 만들건지 물어보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니?

  나도 요즘 왠지 모르게 욕도 많이 하게 되고 짜증도 많이 부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고려하지도 않고 혼자 엄살만 부리고 있었어. 근데 사촌 동생과 놀다가 그 조그만 애가 말하는 걸 듣고 멍해졌지. “누나는 짜증난다는 말을 되게 많이 하네.” 그래서 요즘엔 욕도 줄고 웃고 떠드는 일이 많아 졌어. 부정적인 생각은 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도록 해.

  이제 그만 줄일 께. 그다지 형식적이거나 딱딱 정리되어있는 편지는 아닌 것 같네. 틸러 아저씨에게 말해줘. 나중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하면 꼭 갈 거고, 내가 가면 <나의-사과를-받아줘-파이>와 <환영-인사-베이건>을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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