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살인자야! ” “선생님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죠?” 

 

   알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았을 뿐, 애써 감췄을 뿐이다. 그들은 그것이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무기임을 알면서 그것을 평화를 위한 무기라고 불렀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는 그 일을 애써 회피했을 뿐, 두려움을 지워내려 애썼을 뿐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난 더 이상 그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아. 엄마 아빠 그리고 엄마 아빠 세대는 모두 꺼져 버리라고 해.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막을 수도 있었어.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예상했다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바라보기만 했어. 수렁에서 우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어. 우리에게 이렇게 조금밖에 남겨주지 않을 거면서 도대체 왜 우리를 낳은 거야?” 

 

  폭탄이 떨어진 날 두 다리를 잃은 안드레아스. 그녀는 어린 소녀에 불과하지만, 세상에 대한 증오는 그 누구보다도 크다. 자신을 정성스럽게 돌봐준 고아 아이들(특히 니콜)이 뿔뿔이 흩어지자 견디기 힘든 생활을 참지 못하고 결국 목을 매고 만다. 


  핵폭발,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예상해왔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지만 그들은 막지 않았다. 그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그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려고, 그저 그것이 자신 세대가 아닐 거라는 헛된 기대만 가지려고 현실을 외면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일이 생기고 말자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말도 안돼는 핑계만 늘어놓았다. 그 폭발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다치고 아파하는 것을 외면하기만 했다.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고, 그로인해 이 책의 내용보다 더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또한 확실하다. 우리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진실을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나서서 그런 일을 조금이라도 예방할 것인가. 그것은 나의 엄마, 아빠 세대, 그리고 나아가 우리 세대가 결정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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