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금붓의 소녀
마리 베르트라 지음, 최정수 옮김 / 하늘고래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보틴 여인숙에서 일하던 마리아는, 주인인 이그나시아 아줌마가 미사모의 새끼를 죽이자 고양이와 함께 도망친다. 우연히 만난 프란시스코 아저씨와 파블로 신부님의 배려로 화가 파체코의 화실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다.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질 쯤, 마리아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여자가 그림을 못 그렸다니! 이 책을 보고 처음 안 사실이다. 옛날에는 남녀차별이 심각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림까지 못 그릴 줄이야. 여자든지 남자든지 잘 그리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못하는 일이 산더미 같은데 그냥 낙서 같은 그림까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마녀라니!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인데, 마녀라니! 한 쪽 눈동자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점일 뿐인데! 그렇다면, 눈이 초록색이거나 약간 반짝이는 사람은 다 마녀인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자신의 실력보다 더 낫다고 마녀라고 내몰다니. 역시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겠다.
마녀라고 불리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애정표현을 받고, 눈동자에 황금빛 점이 있고, 심지어 아팠을 때에도 도둑으로 의심받았던 마리아.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시대 여자가 그림을 그린 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지닌 일이었고, 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의 뜻대로 나아가는 마리아. 그녀의 열정은 세상 누구보다도 뜨거웠고, 그랬기 때문에 왕비의 인정을 받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