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고래곶에 사는 고래라고 합니다
이와사 메구미 지음, 다카바타케 준 그림, 황부겸 옮김 / 푸른길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 뒷 이야기 상상해보기
고래곶 올림픽이 열린 후 5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미스 고래곶과 고래 씨는 결혼을 하고 구보를 아들로 삼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날마다 바닷물 뿜어 올리기 연습을 한 구보는 어느새 고래 씨보다 훨씬 더 힘차게 뿜어낼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구보의 바닷물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닷물 뿜어 올리기를 생각하는 구보의 모습은 항상 침울했답니다. 미세스 고래곶과 고래 씨는 구보를 걱정했어요.
어느 날, 다른 날들과 같이 바닷물 뿜어 올리기를 연습하던 구보는 저 멀리서 떼지어 몰려오는 검은색 물체를 발견했어요. 호기심에 다가간 구보는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고래가 많았는지, 옥빛 바다가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였어요. 어느새 시끄러운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난 고래 씨와 미세스 고래곶은 구보의 곁에 섰어요. 그리고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했지요.
“오랜만이군, 그래.” 고래 씨가 말했어요. “반갑네. 정말 반가와.” 구지로가 말했어요.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인가? 그리고 이 고래들은 다 무언가?”고래 씨가 물었어요, 구지로가 슬픈 얼굴로 대답했지요. “ 사실, 우리들은 잘 지내고 있었다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나타나 모래밭을 돌아다니 길래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더니, 갑자기 우리를 쫓아오는 게 아닌가? 또 큰 소리가 들리고 빛이 번쩍 하더니 무리중의 몇 마리가 죽어버렸다네. 우리들은 최대한 빨리 헤엄쳐 도망을 갔지. 나중에 가 보니까, 피만 흥건하고 고래들은 없었다네. 그래서 불안에 떤 나머지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야.”
미세스 고래곶이 말했어요, “잘 왔어, 구지로.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 이곳은 구지로의 고향이기도 하니, 전혀 불편하지 않을꺼야.” “고맙네, 미스고래곶.” 갑자기 구지로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지금 둘이 꼬리를 함께 꼬고 있는 건가? 혹시 둘이...?” “맞아. 우리는 결혼을 했네. 하지만 결혼식은 열지 않았으니 초대받지 못했다고 서운해 하지는 말게.” 고래 씨가 말했어요. “이럴 수가! 미세스 고래곶이 되었구만 그래! 미세스 고래곶, 구지 에몬과 결혼하려고 기다린 것이었군! 당장 결혼식부터 열자고!” “하지만,” 고래 씨가 말했어요, “지금은 고래들의 보금자리부터 마련해 주자고. 다들 지쳐 보이니 말이야.”
“제가 고래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할께요. 들어가서 쉬세요.” 구보가 서둘러 말했어요. “오 그래, 구보구나?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많이 컸구나. 몰라보겠는걸!” 구지로 씨가 말했어요. 그러자 고래 씨가 “그래 부탁한다, 구보야. 하지만 서둘러라, 조금만 있으면 해가 질꺼야,” 그리고 구지로 씨와 고래 씨, 미세스 고래곶은 집으로 헤엄쳤어요. 구보는 멋진 절벽 아래에 해초가 울거진 곳으로 고래들을 데려가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