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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오 아이 ㅣ 창비아동문고 221
문선이 지음, 유준재 그림 / 창비 / 2005년 6월
평점 :
며칠 전, 시험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아파져 거실로 나온 나는 어둠속에서도 '지엠오'라고 쓰여진 반짝이는 제목의 일부분을 보고 이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그 날의 시험공부는 끝이 났다. <굿모 에비앙>을 읽는 아빠의 웃음소리가 안방에서 들려왔고, 곧 <지엠오 아이>를 읽는 나의 웃음소리가 내 방에서 들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정 회장과 나무(이름).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나무를 키우게 된 정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나무를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고, 잠시나마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아원으로 보내졌던 나무를 다시 데려와 친자식처럼 보살펴 준다. 그런데 나무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일부분이 걸리는 불치병에 걸리고 말아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정 회장은 나무를 살리려고 열심히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몇년 전, 유전자 복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 사회에 큰 파장을 이르켰던 적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다큐멘터리의 사회자가 설명하던 유전자 복제의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유전자 복제를 반대하는 쪽이다. 물론 희귀병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굶는 사람들에게는 식량이 되겠지만 그 외에 잃는 것들과 피해 보는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정 회장은 유전자 산업 회사의 대표이다. 한때는 가족들도 있었지만, 아내가 죽은 후 생명공학을 반대하는 아들과의 인연을 끊고 혼자 살게 된 그는 언제나 기계처럼 살고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무를 만난 후 오래전에 잊어버린, 하지만 언제나 그리워했던 사랑을 느끼게 되고, 생명공학을 반대하는 아들을 이해하게 되며, 자신이 인정하지 않았던 수많은 잘못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었다는 자체 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환하고, 아름다운 것 같으면서도 무섭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책이 주는 웃음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울음을 좋아한다. 지금도, 이 책을 읽었던 며칠 전에도,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도 이 책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