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어른의 삶.

어른의 삶이란 말의 어감은 썩 달갑지 않다.
그 자체만으로도 버거운 어른이라는 단어와 삶이란 단어, 그 둘의 무게를 꼭 합쳐둔 것만 같은 이 말. 하지만 진짜 이 말의 무게는 각각의 합이 아닌 곱절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어른의 삶은 왠지 쓴 소주 한 잔이 잘 어울리고, 저녁노을이 먼 산에 가려질 듯한 늦은 저녁 무렵 터덜터덜 퇴근하는 직장인의 까만 그림자를 떠오르게 한다. 알 수 없는 고독과 애환이 스며들어있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먹먹한 느낌.



하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의 삶이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초콜릿과 과자는 맛있고, 만화는 재밌다. 


어른이 되기 전엔 알 수 없던 어른의 삶.
어른이 되고 보니 알게 되는 어른의 삶.

이번 책에서 마스다 미리는 그런 어른의 삶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온갖 풍파도 견뎌낼 것 같은 어른이라는 존재. 하지만 그런 어른도 때로는 아프다. 힘이 든 일에 좌절도 하고 슬픔에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어른이니까' 묵묵히 홀로 삭혀야 할까?
'어른이니까' 그런 시련 정도는 가뿐하게 털고 일어나야 하는 것일까?





어른의 삶은 마냥 인내하고 견디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니까.'라는 말은 모든 것을 참고 이겨내라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어쩌면 그 말은 이제는 마음 놓고 펑펑 울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로는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일들에 묘한 기쁨과 뿌듯함도 느끼면서 말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는 그 어떤 장르의 책보다 특별하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기록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훔쳐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동시에 별일 없는 나의 날들에 조용한 위안을 준다.
 
소설처럼 멋을 가득 담아 꾸리지 않아도 시처럼 감정을 축약하여 애달프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된 한 줄 한 줄의 글은 일상의 무료한 반복에 갈증이 난 우리의 마음을 시나브로 적신다. 그 순수한 자기 고백으로 인해 나는 오늘 또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른이 되기 전의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을 거창한 무언가를 이루는 것 즈음으로 여겼다. 항상 진취적이고 성과가 있는 그런 것.

물론 어른의 삶에는 이런 대단한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날들도 있는 것을 어린 나는 몰랐다. 때로는 힘차게 달려가다가도 어떤 날은 잠시 멈칫하며 그 자리에 서게 되거나 또 반대로 뒷걸음질 치는 날들도 있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이 나름대로 꽤 괜찮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안다.

이렇게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오늘도 나는 하루만큼 더 어른이 된다.
어른의 삶이 주는 무게와 사이 좋게 어깨동무하면서.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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