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 스물셋, 아프리카 60여 일간의 기록
안시내 글.사진 / 상상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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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고 바뀐 습관이나 취향들 중 하나는 드디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의 나는 결코 남의 이야기들이 궁금한 법이 없었다. 자신의 경험을 엮은 이야기 꾸러미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질 타인의 이야기일 뿐이었기에, 내게 이렇다 할 감동이나 흥미를 주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는 여행 에세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자기들이 그런 여행을 했으면 했지, 그 일을 책으로 내어 다른 이들에게 꼭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남의 이야기를 대체 왜 읽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은 언제나 날 따라다녔다. 그래서 여행 책 중에서도 주관적인 경험으로 똘똘 뭉쳐 있는 에세이 장르는 언제나 기피 순위 1순위였다.





  스물 셋, 아프리카 60여 일간의 기록.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그랬던 나의 선호가 바뀐 것은 놀랍게도 정말 한순간이었다. 어느 날 내가 전혀 생각지 못 했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난 한 작가의 여행 이야기를 읽게 된 이후부터였다. 그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은 내가 원하던 삶의 태도가 담뿍 베여있었고, 그가 겪은 경험들은 곧 내가 경험하고 싶은 삶의 생기들로 가득했다. 한순간에 사로잡힌 그 책으로 인해 남의 이야기로 여겨지던 에세이들이 한 권 두 권 시나브로 책장에 쌓이게 되었고, 이윽고 전에는 미처 알지 못 했던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 특히 여행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에 사로잡혔다. 

  남의 경험담 속에서 울고 웃는 나를 만나는 새롭고 반가운 경험.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언젠가 펼쳐질 나의 이야기들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행복이야말로 에세이를 읽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이렇게 에세이의 참 맛을 조금씩 느끼고 있던 요즘, 감사하게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지은이 안시내. 

  내게 그녀는 항상 이름 앞에 '꼬꼬마'라는 말이 붙는 여행자이다.

  '꼬꼬마'라는 말은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항상 따라붙던 매스컴에서 그녀를 소개하는 단골 단어였다. 그러나 나는 여느 매체 때문이 아닌 오늘도 또 내 이름 앞에 '꼬꼬마'라는 말이 달렸다는 그녀의 푸념으로 인해 그녀와 '꼬꼬마'라는 말을 함께 기억한다.




 
  이미 350만원으로 지구를 반바퀴 돌고 온 뒤 출판했던 그녀의 지난 책으로 인해, 내게 그녀의 이름은 여행이나 청춘과 맥락을 같이 이어가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십대의 딱 한해만큼은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꼭 하고 싶어 시작했던 그녀의 첫번째 배낭 여행.
그녀의 개인적인 여행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었고 성공적이었던 결과로 인해 그녀는 또 다른 마음을 먹게 된다.

 평생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래서 그녀는 또 떠났다. 이번엔 아프리카로.


 
그렇게 떠난 그녀의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냥 막연히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떠났던 지난 여행과는 달리, 이번엔 여행은 테마마저도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우리’를 위한 여행이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 어떻게 우리를 위한 여행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그녀는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자금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쓴 이 책의 인세를 다시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를 실천했다. 이 기부가 유행이 되길 바란다는 작가의 출판사 인터뷰까지 읽고 나니 '꼬꼬마' 안시내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관심없던 타인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인지하는 것, 아마 그건 좁은 내 안의 우물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경험할 세상의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는 기회. 내가 느낄 세상의 기쁨이 조금 더 다양하게 다가올 기회. 그건 혼자만의 고립으로부터가 아닌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나의 세상과 다른 이의 세상을 함께 나누며, 그로 인해 또 다른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만남은 여행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책이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60일간 아프리카 이야기를 비단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것이다. 아름다운 책 속의 기록들로 인해 개인적인 그녀의 여행이 타인을 위한 여행이 되고, 동시에 우리를 위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



+ 이 페이지는 내가 책 속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

 

  저자의 예쁜 마음이 담뿍 담긴 이 책 덕분에 여행 에세이를 읽는 맛에 조금 더 빠져들 수 있었다.
  국문학과를 복수 전공한 저자의 맛깔나는 표현 역시 빼 놓을 수 없어 책 속 이야기들이나 글귀를 소개하며 서평을 이어볼까도 싶었지만 역시 오늘도 개인적인 감상들만 늘어놓은 채 서평을 마무리짓는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에필로그에 썼던 말처럼 앞으로 이어질 그녀 인생책 속 페이지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과 격려 속에 수정과 교정을 거쳐 탄탄하고 알차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예쁜 추억과 마음을 책을 통해 나눠 받을 수 있어 참 기쁘고 감사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쓰는 글입니다.> 

 더불어 이 예쁜 기록을 출판하신 상상출판! 언제나 좋은 책,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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