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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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불안의 알코올 중독자 아내 쇼코, 호모 남편 무츠키, 무츠키의 애인 곤. 이야기는 쇼코과 무츠키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번갈아져 나오며 전개 된다. 크나큰 사건도, 커다란 줄기의 줄거리도 없는 너무나 평이롭고 일상적이게 이어진 '평범한(?) 연애 소설'.

처음, 쇼코의 시점에서 쇼코와 무츠키의 어긋난 관계를 알게 되고 나서는 어쩌면 이것은 매우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극한 '비주류'의 암울함을 쓰다듬는 커다란 손 같은 것일지 모른다고 추측하였다. 쇼코와 무츠키는 서로가 하나씩의 (어찌보면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단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것과, '부모님의 기대를 위해서' '지금 상황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하나의 '탈출구'로 합의 하에 결혼을 한 이상한 부부다.

쇼코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줄 모르는 데다, 정서불안과 알코올 중독으로 때때로 아무렇게나 솟구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엉엉 울거나 마구 물건을 던져 부숴버리고, 무츠키는 그런 아내를 가여워 하면서 13년이나 사귄 '곤'이라는 남자와 연예관계를 계속 이어나간다. 상황도, 인물도, 그야말로 극단적인 설정. 그러나, 막상 그들이 풀어 나가는 이야기는 그러하지 않았다.

무츠키는 이해심도 동정심도 많은, 매우 성숙한 어른이고. 쇼코는 무츠코에게서 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거워 하는 순수한 여자다. 둘은 서로의 단점을 '이상하다' 라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부류' 라고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서로를 감싸안아 준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결혼생활을, 그들은 꽤나 평이롭고 순수하게 이끌어 나간다.

-무츠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쇼코의 부모측이 알게 된 후, (그것이 원인은 아니었지만) 곤이 떠났다. 쇼코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하면 좋지, 얼른 찾아 나서야 해.'하고 성급하게 자신을 몰아가는데, 무츠키는 오히려 담담했다. '곤이 자신을 떠나갈 리 없다.'는 생각에서 온 여유다. 무츠키는 또한, 쇼코의 부모측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말하는 것. 즉 진실을 말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이 두가지를 기반으로,(또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진심으로 무츠키라는 캐릭터에 반해버렸다.-

쇼코와 무츠키가 서로에게 관대한 것은, '나도 저사람처럼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 하는 수 없지'따위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런 것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지 뭐'라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인 것일까. 방금 겨우 책을 한 번 읽은터라 나는 그것을 정확히 추측해낼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들은 어쩌면 유일하게 진정으로 서로를 이야기하고 기댈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정말로 행복한지는 알 수 없다. 쇼코는 정서불안이라는 정신병(물론 이것이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닌데다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지만)으로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고, 무츠키는 곤을 아무리 사랑해도 '결혼'이라는 '사랑의 약속'을 할 수 없다. (결혼은 구속이나 속함, 감옥과도 같은 삭막한 이미지가 여럿 있지만 그 둘이 사랑의 최고조에 달했다는 하나의 징표가 된다고도 생각한다.) 곤은 무츠키에게 '쇼코와 자라'는 둥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여유로움을 과시하고 쇼코와도 남매처럼 친하게 지내지만, 나는 그러한 곤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참으로 따뜻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사람들의 일상'인데, 그것이 너무도 따뜻하고 포근해서 책을 덮는 순간 묘하게 웃음이 띄워졌다. 접하면서 뇌리를 스치는 많은 의문을 잠시나마 한번에 덮어줄 수 있을 만큼, 가슴속에 몽글하게 뭉쳐 부풀어 오르는 이 따뜻함은 너무도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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