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천국의 정원으로 가는 발걸음
사진가와의 대화 2 사진가와의 대화 1 2
폴 힐 / 눈빛 / 1993년 9월
평점 :
품절


<1권에서 이어받음>

개인적으로는 "사진가와의 대화" 1권 보다는 2권이 좀더 감동적이었다. 그 이유는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사진 작가들 가운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진 작가 "유진 스미드"가 있기 때문이다.(2권에서 다루는 작가들 목록 - 브레트 웨스턴, 마누엘 알바레스 브라보, 유진 스미드, 라우라 길핀, 이모겐 커닝햄, 윈벌록, 마이너 화이트, 뷰먼트 뉴홀) 유진 스미드는 제2차 세계대전에 보도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종군했다. 그런 와중에 그는 끔찍한 부상을 당한다.

전쟁 때 입은 부상으로 2년간 사진을 찍지 못하셨습니다.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하셨습니까?

- 입과 코에 서른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탄환이 구개(口蓋) 위에 박혀서 혀가 거의 잘려 나갔고, 뼈의 구조에도 이상이 생겼지요. 그 파편의 일부는 지금도 내 척추에서 1인치 떨어진 곳에 박혀 있습니다. 또 손, 팔, 다리, 가슴에 총을 맞았습니다. 내가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정말 의심스러울 정도였지요. 내가 부상당할 때 첫번째 든 생각은 여전히 음악감상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나는 안경이 깨져서 그 유리조각이 눈 안으로 들어간 것도 몰랐습니다.) 어두침침한 하늘을 보았고, 여전히 사진을 찍을 거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카메라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사건을 찍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보다 사진이었습니다. 내 필름을 누구에겐가 주어 사용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지요. 알약을 먹으려 해도 그것을 삼킬 수조차 없었습니다.

회복된 후 찍은 첫번째 사진은 무엇이었습니까?

- 좋은 사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가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였지요.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내 얼굴의 탄환 자국으로 인한 고름이 카메라 안쪽으로 스며들어갔고 또 신경도 ... 이승과 저승을 오르락거리는 고통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나의 두 아이만 남기고 가족을 모두 집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두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습니다. 이번 사진이 내가 마지막으로 찍은 전쟁 사진에 비견될 훌륭한 작품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 뒤를 쫓아 걸으면서 그들이 한걸음 한걸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서투르지만 초점을 맞추려고 애를 썼지요. 결국 나는 그 사진을 완성했고, 또 굉장히 좋았다고 느껴집니다.

제목을 어떻게 붙이셨습니까?

- <천국의 정원으로 가는 발걸음(The Walk to Paradise Garden)>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이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델리우스(Delius)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 일부가 "천국의 정원으로 가는 발걸음"이라 불리는 음악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애매모호한 제목을 붙여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보게 했지요. 그것은 이른바 음악과 인간성에 보내는 나의 찬사입니다.

선생님은 카메라를 든 도덕주의자라고 불리는데요?

- 나는 정이 많은 냉소주의자에 불과합니다.

<사진가와의 대화 2권, 42-43쪽> 중에서



천국의 정원으로 가는 발걸음(The Walk to Paradise Garden)

혹시 위의 대화가 조금이라도 감동적이었다면 그것은 진실이 주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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