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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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 안에 아이들의 모습은 무척 다양합니다. 어른들은 대개 단정하고 예의바르며 태도가 바른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르치지만 아이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 명 한 명 다른 아이들이니까요.

나는 나고 너는 너입니다. 규칙 아래 큰 문제가 없다면 아이의 관심과 개성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만의 독특한 행동이 있다면
오히려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어른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단순하지만 정감있는 아이의 말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이상교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수많은 동시와 그림책과 동화를 통해 작가님의 글이 점점 더 아이와 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문학동네의 새 그림책 [우리 반 문병욱]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우리반 '문병욱'을 표현하는 방식과 이해해가는 과정을 어른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진행이 현명합니다.

문병욱은 이상한 아이입니다. 말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항상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병욱이를 따라다니는 소문은 현재의 병욱이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이미 병욱이를 이상하고 바보 같은 아이로 만듭니다. 하지만 예지의 생각은 다릅니다. 약간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다'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미처 보지못해 놓쳐버리는 병욱이의 따뜻함에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갑니다.

교실의 모습을 살펴보면 굉장히 다양한 모습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친구와 몰려다니는 아이, 비행기를 정신없이 날리는 아이,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 문병욱과 같은 아이가 있지요. 새학기 새반에 모여든 아이들은 '낯선 다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론 그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가까이 가려하지 않아요. 비단 아이들의 모습만 이럴까요? [우리 반 문병욱]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아이들만 못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의 편견대로 병욱이를 대하고 심지어 사과조차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욱이의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주는 이는 아이들입니다. '왜'라고 따지기 전에 '어떻게' 다가가고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이렇게 묵직한 주제를 이상교 작가는 아이의 말로 보여줍니다. 한연진 작가의 친숙하고 귀여운 그림체에 제 마음이 녹습니다. 나 역시 우리 역시 우리 반 문병욱이었던 기억이 있겠지요? 당신의 손을 빼내준 사람을 추억해보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의 숨겨진 손도 함께 생각해보며 그림책 [우리 반 문병욱]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어느새 우르르 친구들과 함께 하는 병욱이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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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사르르 비밀의 밤 밤이랑 달이랑 7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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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시원한 간식은 

왜 그리 여름밤에 더욱 간절해질까요? 


땀이 뻘뻘 더운 것도 아닌데도 

어딘가 모르게 몸이 뜨끈뜨끈해지는 듯 

아무래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어야겠나봐요. 


그래도 용기가 부족한 밤이는 누나 달이를 앞세워 

한밤 중아이스크림 먹기 여정을 시작합니다. 


엄마아빠를 깨우면 안되니까 살금살금 가만가만~

역시! 냉장고도 이이이이이이잉! 정상이 아닙니다. 

얼른 아이스크림이 상하기 전에 먹어야겠어요! 


어떤 걸 먹을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느새 새콤한 죠스바, 시원한 수박바는 

달이만한 친구가 되어서 인사를 건냅니다. 

아이들은 어쩜 이리 귀여울까요. 

진정 아이의 눈에는 자기만한 아이스크림이 두둥 서있는 걸까요?

이 귀엽고 고운 상상의 추억을 간직하지 못한 내가 아쉽습니다. 


냠냠... 냠냠...

달이는 수박바~ 밤이는 죠스바~ 


한밤 중 자기들만의 얼음 축제를 벌인 

[겨울왕국] 속 어린 시절 엘사와 안나처럼 

아이들의 주변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이미 얼음왕국입니다.


갑자기 죠스바가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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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도르르 마법 병원 밤이랑 달이랑 6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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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통통통~ 

흰 두루마리 휴지들이 춤 추듯 다가옵니다. 

마치 "우리 같이 신나게 놀까?" 말을 거는 듯 합니다. 

아하! 오늘 달이와 밤이의 놀거리는 바로 이 휴지인가 봅니다. 

바로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한 인형 친구들을 치료해 주는 날입니다.


달이 밤이 의사선생님의 처방은 아주 특별해요. 

주사요? 아니요! 신나게 뻥 차고 놀면 다 나을 수 있어요. 


아이들의 일상 속 속상함과 서운함은 

인형 친구들의 투정으로 비춰지면서 

달이와 밤이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치유합니다. 


엄마인 저는 그림책을 덮으며 중얼거립니다. 

"그래, 속상했겠다. 괜찮아. 그리고 기특하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친구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말입니다.


아이들의 일상은 

어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다채롭고 섬세합니다. 

모든 것을 오감으로 느끼고 상상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노인경 작가의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는 

상상으로 버무려진 아이들의 귀여운 일상을 표현합니다. 


마치 그 시절 그 때로 작가는 돌아간 듯이

방바닥에 툭 떨어진 인형 하나에도 

순식간에 없어지는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어린 영혼들의 공감을 끌어냅니다. 


'이건 내 이야기잖아!'

'나도 이랬어! 나도나도!'


벌써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동심이 녹아 있는 그림책은 언제나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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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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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와 유찬이는 기차역에서 처음 만났다.
이꽃님 작가의 신간 장편 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지오와 유찬이가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한번은 지오의 시선에서
또 한번은 유찬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열일곱의 청춘은
우정과 사랑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선상에 놓여있다.

#지오
존재조차 몰랐던 아빠가 나타났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격인데 엄마가 그 아빠에게 가서 살으란다.
혼란스럽다. 난 엄마만 있으면 되는데...
내 눈 한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빠를 만났다.
바보 같고 짜증난다.

#유찬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지오라는 여자아이.
신기하게 그 애 옆에 있으면 세상이 조용해진다.
하지오라는 이 아이 점점 궁금해진다.

#엄마
아프다. 암이란다. 지오를 끼고 살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있지만 없다고 여기며 살게했는데...
아빠라는 존재를 덜컥 알려주었다.
달리 방법이 없다. 지오가 그 곳에 가서 잘 적응하길 바랄 뿐...

#남경사(아빠)
나에게 열일곱살 딸이 있단다. 그리고 그 아이가 이제 내게 온다.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내에게는 뭐라고 하지?
지오라는 아이, 나의 딸. 잘해주고 싶지만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새별(유도부 선배)
엄마아빠 없이 두 동생과 함께 살면서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나에겐 유도가 있다. 열심히 웃으며 살아볼테다.
하지만 유찬이는 알고 있겠지? 그 날의 사고가 나 때문이란 것을...

불편한 것 투성이인 인생들이 모였다.
그것도 뜨거운 태양이 끓는 한 여름에.

각자의 말못할 사연들이 있다.
그 사연들은 얽히고 얽혀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그 안에서 주인공 지오와 유찬이는
서로에게 숨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제 의지가 아닌 상태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며 갑작스레 전학을 온 지오와
다른 이의 속마음을 라디오처럼 들으며 살아가야 하는 유찬이에게
서로가 숨쉴 수 있는 숨구멍이 되어준다.

사춘기 두 아이는
기댈 곳 없는 환경 안에서 친구가 되어 간다.

마냥 철딱서니 없고 충동적인 십대 아이들이 아니다.
이꽃님 작가는 외롭고 힘들고 막막하지만
꿋꿋히 버티며 살아가는 청춘을 말한다.

앞으로 지오가 아빠와의 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유찬이의 불편한 속사정이 해결될 수 있을지가
이 소설의 굵직한 이야기 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도부 선배 새별과 유찬이의 관계는
미스테리한 분위기의 재미를 더해 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그리고 잊지 말자.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에는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빙그시 웃게 되는 붉그래한 사과 같은 풋풋한 사랑이 녹아있다.

유찬이가 지오에게 건내는 말들이
읽는 나도 설레이게 만든다.

"멀어지지마!"
"너랑 있으면 편안해."

이꽃님 작가가 보여주는 제목처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어떤 맛이 날지, 어떤 향이 퍼질지 곱씹어 반복해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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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기 전에
김진화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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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미리 계획을 세웠던 것 같아요. 세 식구의 여행을 말이죠. 그.런.데... 아빠는 같이 가지 못 한대요. 그래도 엄마는 말합니다. "어디든 가자!" 라고. 제주도로 짧은 1박 여행을 떠납니다. 아빠가 없어도 우린 여전히 세 명이랍니다. 나, 엄마 그리고 길쭉이가 함께니까요!!!
길쭉이는 어디든 나와 동행하는 친구이자 인형이랍니다.


그림책 <여름이 오기 전에>는
애착인형과 함께 떠난 짧은 여행 이야기입니다.

남편의 부주의로
여행의 모든 일정을 홀로 떠안은 엄마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하면서도
아빠와의 통화로 핸드폰을 놓지 못합니다.

애착인형 길쭉이와 함께 하는 아이는
엄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 신이 나지요.
자신이 사랑하는 길쭉이와 함께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연치않게 길쭉이를 잃어버린 아이의 여행은
길쭉이를 향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놓칠 수 없는 여행의 단꿈을 간직한 채 떠났던 시간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상실은 인생에 있어 너무나 익숙합니다.

저도 아끼는 애착인형이 있었어요.
원피스를 입은 양 인형이었지요.

인형이 입고 있던 원피스의 무늬와
그 부드러웠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사를 가면서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어 너무나 슬펐던 그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그래도 14살이랍시고 내 인형 못 봤냐고
차마 묻지도 못해 혼자 끙끙 속앓이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중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모습의 양인형만 보면 몰래 가슴이 두근거린답니다.
그렇기에 책 속 아이의 심정이 남 일 같지가 않았어요.

결국 길쭉이를 찾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 공항으로 가는 길목.

길쭉이를 그리워하는 아이와
자신의 아이에게 돌아가려는 길쭉이의 모습이
교차되어 표현된 그림은 즐거움과 그리움이 중첩되어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는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아이와 길쭉이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림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여름이 오기 전에>의 표지 그림처럼
싱그러운 푸른 바다 빛깔을 추억하며
아이는 그만큼 성장해 있을 겁니다.

누구나 간직할법한 유년의 동화,
나만의 소중한 판타지 속에 애착인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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