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와 유찬이는 기차역에서 처음 만났다. 이꽃님 작가의 신간 장편 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지오와 유찬이가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한번은 지오의 시선에서 또 한번은 유찬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열일곱의 청춘은 우정과 사랑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선상에 놓여있다. #지오존재조차 몰랐던 아빠가 나타났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격인데 엄마가 그 아빠에게 가서 살으란다.혼란스럽다. 난 엄마만 있으면 되는데... 내 눈 한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빠를 만났다.바보 같고 짜증난다. #유찬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지오라는 여자아이. 신기하게 그 애 옆에 있으면 세상이 조용해진다. 하지오라는 이 아이 점점 궁금해진다. #엄마아프다. 암이란다. 지오를 끼고 살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있지만 없다고 여기며 살게했는데... 아빠라는 존재를 덜컥 알려주었다. 달리 방법이 없다. 지오가 그 곳에 가서 잘 적응하길 바랄 뿐...#남경사(아빠)나에게 열일곱살 딸이 있단다. 그리고 그 아이가 이제 내게 온다.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내에게는 뭐라고 하지? 지오라는 아이, 나의 딸. 잘해주고 싶지만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새별(유도부 선배)엄마아빠 없이 두 동생과 함께 살면서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나에겐 유도가 있다. 열심히 웃으며 살아볼테다. 하지만 유찬이는 알고 있겠지? 그 날의 사고가 나 때문이란 것을... 불편한 것 투성이인 인생들이 모였다. 그것도 뜨거운 태양이 끓는 한 여름에. 각자의 말못할 사연들이 있다. 그 사연들은 얽히고 얽혀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그 안에서 주인공 지오와 유찬이는 서로에게 숨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제 의지가 아닌 상태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며 갑작스레 전학을 온 지오와 다른 이의 속마음을 라디오처럼 들으며 살아가야 하는 유찬이에게서로가 숨쉴 수 있는 숨구멍이 되어준다. 사춘기 두 아이는 기댈 곳 없는 환경 안에서 친구가 되어 간다.마냥 철딱서니 없고 충동적인 십대 아이들이 아니다.이꽃님 작가는 외롭고 힘들고 막막하지만 꿋꿋히 버티며 살아가는 청춘을 말한다. 앞으로 지오가 아빠와의 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유찬이의 불편한 속사정이 해결될 수 있을지가 이 소설의 굵직한 이야기 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도부 선배 새별과 유찬이의 관계는 미스테리한 분위기의 재미를 더해 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그리고 잊지 말자.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에는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빙그시 웃게 되는 붉그래한 사과 같은 풋풋한 사랑이 녹아있다.유찬이가 지오에게 건내는 말들이 읽는 나도 설레이게 만든다. "멀어지지마!""너랑 있으면 편안해."이꽃님 작가가 보여주는 제목처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어떤 맛이 날지, 어떤 향이 퍼질지 곱씹어 반복해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