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수줍게 웃고 있는 이 소녀는그림 그리기만큼은자유로왔고 소신이 뚜렷했습니다.학교에 가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세월이 흘러 그 소녀는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습니다.하지만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고계속 그림을 그립니다."그림 그리기 싫었던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저에게 그림이 그냥 일상이었어요." 그녀의 이름은 주디스 커(Judith Kerr).일평생 그림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주디스 커의 그림은 따뜻합니다.약간 얄밉기도 하고, 약간 심드렁하기도 한 귀여운 동물 캐랙터들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책을 함께 읽는 성인들의 마음도 흔들어 놓기 충분하지요.이렇듯부드러운 색감과 따뜻한 스토리로 기억되는 주디스 커의 인생스토리를분홍색 표지가 설레이는 책 한권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주디스 커는 분명 꽃밭이 눈 앞에 펼쳐지는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게 성장했을까요?사실 그녀가 태어난 시기와그녀가 유대인이라는 사실만 안다면그리 생각할 수 없을 겁니다.주디스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나치당의 위협에서 가까스로 독일을 탈출해영국에 정착하기 전까지 무려 3년 동안스위스, 프랑스를 떠도는 이른바 난민 생활을 하게 됩니다. 순탄치 않았던 주디스 가족의 이야기를 읽어내려 가면서계속 마음에 새겨지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이죠. 그녀의 아버지는생계를 위해서도이지만 글 쓰는 일을 계속했고주디스는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어떤 순간이더라도 그림으로 남겼고 그녀의 이런 그림들은 그녀가 성장함에 따라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주디스가 결혼 후 육아로 인해십년 정도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때도결국 주디스를 일으켜 세운 것은바로 그림이었습니다.사랑하는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났을 때도주디스는 그림을 그렸습니다.주디스는그림 안에서 행복했습니다.우리는주디스 커의 이런 꾸준함으로그녀의 그림책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볼 수 있는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남긴 그림들,학창시절 연마했던 수많은 스케치들참으로 소중한 기록이고그녀의 그림책만큼 사랑스럽습니다.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주디스 커라는 한 사람을 느끼기에이 책 한권으로 충분했습니다.ㅡ늙어서 귀여운 할머니가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이 사람들은 대체 누굴 떠올리며 귀여운 할머니라고 얘기를 하는걸까? 참 궁금했어요.저는 딱히 떠오르는 귀여운 할머니가 없었거든요.그리고주디스커의 그림 인생을 담은 책<주디스 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나도 모르게 아하~를 외쳤답니다.이제 저도 주디스 커와 같이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그림을 그릴때나는 내가 누군지를 알아요."주디스 커의 이 말을 되새기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