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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돼지 슈펙
존 색스비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유영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8월
평점 :
제목이 참 길기도 하지요.
떡하니 진흙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돼지 한마리가 보입니다.
돼지가 진흙탕에서 뒹구는거야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이 돼지는 뭔가 이상합니다.
안경도 쓰고 모자도 쓰고 바지도 입고
무엇보다 여유가 넘치다 못해
다소 느물거리는 표정을 지닌채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교양있고 품위있는 돼지라고.
장난 아니냐구요?
이 돼지는 진지합니다.
에두아르트 슈펙.
돼지의 이름입니다.
흔히 우화라 하면
교훈을 떠올리시죠.
이 책은 우화가 맞습니다만
정말 재밌는 책입니다.
책이 가지고 있는 큰 미덕 중의 하나인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 동화랍니다.
오랜만에 혼자 낄낄거리면서 읽은 책이에요.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사는
셰펠 아저씨의 농장에는
자칭 품위있는 돼지 슈펙이 살고 있지요.
슈펙을 비롯해 다람쥐, 말, 소,
거위, 오리, 토끼, 딱따구리 등
다양한 캐랙터들이 등장하는데
이 동물들 너무나 웃깁니다.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얄밉게 뒷 얘기를 하기도 하고
친절을 베풀기도 하고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는
누구 하나 착하기만 한 동물도 없고
하지만, 누구 하나 그리 나쁜 동물도 없는
다양한 군상들의 총 집합이에요.
잊을만하면 전화와서
속 뒤집어놓는 동창생
좀 답답하지만
항상 옆에 있어주는 내 친구
속닥속닥 언제나 새소식을 몰고 다니는
동네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읽다보면
표정, 동작 하나까지 모두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 이야기 한 가운데 있는 돼지 슈펙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과대 포장합니다.
교양 있는 돼지
인기 많은 돼지
유명한 돼지
영리한 돼지
고상한 돼지 등등
하지만 밉지 않아요.
능글맞게 느껴지다가도
닭들한테 재미로 장난치다가
농장 주인 아주머니한테 빗자루로
엉덩이를 맞은 일화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납니다.
제 아무리 안경쓰고 옷입은
슈펙이라 할지라도 돼지는 돼지인거죠.
돼지의 본분(?)은 유지하고 있으니
독자와 적절한 밀당을 할 수 있는
캐랙터를 완성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와 더불어
이야기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생생하고 유머러스한 동물들의 일러스트가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일러스트 작가는 바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로 유명한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볼프 에를부르흐입니다.
한스 안데르센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등을
수상한 유명 작가인 에를부르흐가
슈펙의 모습을 그린 것을 정말 행운입니다.
안경을 쓴 슈펙의 모습은
왠지 그가 그린 두더지를 닮았고
또한 볼프 본인의 얼굴을 닮은 점도 재밌는 포인트에요.
긴 장편이 아닌 서너장 정도의
짤막한 2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초등학생 저학년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답니다.
독일 도서제작 예술재단 특별상 수상작인 유쾌한 우화집
<세상에서 가장 교양있고 품위있는 돼지>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