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취하다 - Kiki가 찾아낸 베이징의 109가지 숨겨진 이야기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정해연 지음 / 조선앤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좋은 리뷰들을 읽고 책을 구매하여 북경에 왔습니다. 저도 책의 서두에 위치한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책이 참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기존의, 론니 플레닛 식의 레퍼런스 북으로서의 여행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감성을 가지고 북경을 읽어낸 그리고 여행자가 아닌 주민으로서 느낀 베이징을 풀어낸 듯 보여 저자의 북경을 다른 식으로 접근하려는 발랄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북경 시내를 나가기 전 숙소에서 책을 뒤적일 때도 군데군데 내용이 너무 간소하다는 느낌을 받은 곳은 있었지만, 테마별로 제목을 잘 뽑아놓아 여행지 결정을 매우 쉽게 해주었고 저자가 살면서 알아낸 장소들인 만큼 형식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찍어서 나열했다는 생각이 안들더군요. 정해연씨의 책에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글(혹은 제목)에 "스토리"가 있어서 뭘 어디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론니 플레닛류의 서적이 왜 필요했던 것인가는 직접 시내를 나가자 마자 드러났습니다. 우선, 이는 저자의 문제가 아니지만, 인도 중국 등의 매우 두꺼운 론니플레닛 책이 몇 달간의 여행동안 분해되지 않고 원래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약간 페이지를 펼쳐서 들고 있었는데 페이지가 툴툴 떨어져서 책이 낱장으로 울퉁불퉁 되어 버렸습니다. 뭐, 원래 소설책 처럼 읽는 여행서를 만드는 게 목적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행서는 좀 제본상태가 튼튼한게 기본이 아닐까요. 여행시 휴대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면요. 두번째 문제는 뭐, 좋은 곳 많이 추천을 해주셨지만, 몇 번 지도 참조하란 말하고 어디 지하철에서 도보 10분이라는 말로 가는 곳을 설명해버리면. 거기 처음가는 사람이 어떻게 찾아갑니까? 여러군데 많이 가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엄청나게 걷다가 결국 보지도 못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왜 모든 곳이 "도보10분"입니까? 더 열받는 것은 맨앞에 붙어있는 지돕니다. 지도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지도에 왜 길 이름도 안나와요? 길이름이 나와야 도보 십분 설명을 메워 찾아가기라도 할텐데 지도에 있다는게 한국말발음과 한어표기 큰길(大街)들이름만 써있으니 허허..달리는 차들 속에서 황망했습니다. 이 정도가 실제 여행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근데 제겐 맘에 안드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밑에 리뷰하신 분 중에 박지원 운운하신 분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필이 아닙니다. 이 책의 서문에 더럽다고 생각되는 북경에서 탈피해서 세련된 북경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약간 보이는데. 이 책에 나온 북경은 철저히 20대후반-30대 중반 여성의 시각에서 쓰여진 북경입니다. 책의 대부분이 쑈핑과 먹을 거리에 할애되어 있고, 소개해주시는 상점들도 다 속칭 "된장" 기질이 풍기는 곳들입니다. 제가 이런 북경 스케치를 가지고 북경을 '간' 만 봤다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책이 특정한 시각에서 쓰여졌고 그러한 느낌이 두드러 진다는 것이죠. 저는 성하출판에서 나온 한양대 중문과 나오신 분이 쓴 책도 샀는데, 그 분은 또 완전 다른 필에 꽃히셔서 대학생의 눈으로 북경을 그리셨더라고요. 여튼. 저는 정해연씨와 관심분야가 달라 이 책이 제겐 북경 navigator로서 작용하지 않는 군요. 이 책이 다른 여행 책자와는 달리 술술 재미읽게 읽힌다는 점은 높게 사고 싶지만 한국에서 가볍게 읽고 몇 장만 뜯어왔어야 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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