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글쓰기 프로젝트
(사)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지음 / 삼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주말, 말로만 듣던 미아리 집창촌을 지나게 되었다. 어둡고 음침하고 사람의 온기가 없는 그곳, 짧은 순간이었지만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듯한 충격이었다. 고층 아파트와 커다란 고깃집 사이에 낮게 자리한 그 곳은 우리의 일상에서 한 걸음 내딛으면 닿을듯한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살고 싶었을까, 아니 그렇게라도 살 수가 있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인생이고 나는 평생 살아도 알 수 없는 인생이란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속에서 그 끔찍한 이미지를 지웠다.

 

 습관처럼 알라딘에서 책을 사다가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들었다. 눈이 시리게 파고드는 봄, 그리고 겨울이란 단어. 겨울이라는 그 단어는, 외롭고 춥고 힘들었을 그녀들의 삶을 위로하고 같이 울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게 할 만큼 잔인한 단어였다.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너무나 힘들었다. 중간에 책장을 덮고 싶은 유혹을 참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녀들은 정말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까지는, 아빠가 폭력을 휘두르기 전까지는, 그리고 부모가 이혼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부모 될 자격이 없는 미성숙한 인간들이 무책임하게 결혼을 하고 본능에 따라 자식을 낳고, 그리고 자식에 대한 의무 따윈 안중에도 없이 내키는 대로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른다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폭력과 학대를 피해서 가출을 하고 방황을 하다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게 되고 여기저기 흘러들어 사창가의 창녀가 되고, 티켓다방의 종업원이 되고 후미진 모텔의 여관바리가 되어있겠지.


 거친 글 솜씨로 써내려간 그녀들의 절망이 오히려 나 같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타인의 삶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한 인간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을 나 같은 사람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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