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자에 의하면, 그는 "살아 있는 포크의 전설"로 불린다고 한다. 


"구전 민요였던 포크 음악을 창작자가 있는 예술 작품으로 격을 높인 우디 거스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밥 딜런은 시적인 가사, 강렬한 보컬, 곡조와 박자를 무시하는 듯한 창법으로 포크 음악은 물론 일반 팝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책 초반엔 그가 가명을 짓게 된 과정, 열악한 카페나 다방에서 노래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일들, 

연줄 때문에 낭패감을 느끼면서도 그것들을 극복했던 일 등이 나온다. 

자신의 성공을 상상하고, 음악으로서 피카소 같은 혁명가가 되기를 원하는 모습은 -그것이 현실로 이뤄졌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솔직하게 다가왔고, 그래서 신선했다.


1941년생 밥 딜런에게 펼쳐진 세상은 음험했다. 

태어났을 때는 2차 세계 대전이 있었고, 미국이 참전을 앞두고 있었다. 50년대에도 늘 전쟁을 염두에 둬야 했다. 

그 시대를 살아온 밥 딜런은 그가 사랑한 포크송으로, 세상을 노래하게 된다. 


"포크송은 내가 우주를 탐구하는 방식이었고,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말로 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가치 있고 생생한 묘사였다. 나는 사물의 내면적인 실체를 쉽게 가사와 연결할 수 있었다."

"포크송은 신앙처럼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으므로 추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포크송은 현재의 문화를 초월하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유명세를 떨치게 되자, 과도한 관심과 원치 않던 수식어를 갖게 되어 고통스러웠음을 고백한다.

그는 자신을 시대의 양심, 대변자, "기적을 부르는 설교자" 취급하는 언론에 분개한다.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원했으나 그의 사생활은 없어지고, 그의 터전은 "악몽과 혼돈의 장소로 변했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속에서, 그는 가족을 생활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예술은 삶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튼 나는 더 이상 예술에 대한 굶주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중과 언론의 과도한 관심은 그의 생활과 예술혼 마저 뒤흔든다. 


"그날의 사건들, 모든 문화적 우상들이 내 영혼을 가두고 구역질나게 만들고 있었다."


민권운동가와 정치지도자들이 총에 맞고, 정부의 일제단속이 이뤄지고, 

학생들의 시위와 이에 맞선 경찰의 진압 등 미국이 분노로 들끓던 중, 밥 딜런은 다른 길을 택한다. 

개인적인 길을 택했다는 사람들의 비난에 대해, 그는 솔직당당하게 대답하는 듯하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초월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가족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집단에 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유와 독립의 나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므로 항상 평등과 자유의 가치와 이상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그런 이상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양육하기로 결심했다."


쉽게 말할 수 없다. 

한 사람(혹은 집단)에게 본인이 결코 원치 않았던 영향력이 주어졌다면, 그는 본인의 삶을 희생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재고의 여지가 없이 단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서전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그의 책 사랑이다. 

"책은 실제로 가슴 설레는 꿈을 줄 수 있다."


우울한 습관을 버리고,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문학에 몰입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016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밥 딜런이지만, 처음부터 작사를 꿈꾼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작사는 내 각본에 없었다. 나의 미래에 없었다. 미래는 무엇일까? 미래는 단단한 벽이고, 약속된 장래도 없고, 위협적이지도 않다는 것, 모두 허튼소리였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생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었다."


인생은.. 역시 신비롭다. 

그가 자신의 노래를 표현하는 말은, 더도 덜도 말고, 딱 문학을 말하는 듯하다. 


"가끔 우리는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에서 악취가 나고, 내장이 병들고, 구역질이 나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그 특별한 것들을 욕하지 않고 그 감정을 포착하려고 애쓰는 것을 본다. 그것을 위한 특별한 시들이 여기 있다." 

"어휘는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어휘의 결합이 모두 소진될 수 있었다. 어휘들은 어떤 초자연적인 단계에서 서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들 나름의 의미를 지녔다. 그 뜻을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그가 문학인이 아닐리가. 


책에 나오는 노래들과 가수들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더욱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렇지 못해 아쉽기도 하나, 그의 열렬한 문학 사랑을 엿본 것만으로도 매우 반갑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주 많이. 


<바람만이 아는 대답 - 밥 딜런 자서전, 양은모 옮김/ 문학세계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