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격 -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외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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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부터 울컥하게 만드는 한 마디.

"길을 잃어버린 건 청년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그려놓은 좌표였다." 


착실하게 살면 성공과 보상이 따른다는 믿음은 무너진 지 오래. 
아직도 눈을 낮추라고, 열심히 일하라고,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윽박지르는 자들이 더러 보인다. 
차라리 심심한 사과가 낫지 않을까. 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유감스럽다고. 

"책에 실린 청년 지표는 임금 구조를 가장 밑바닥에서 받치고 있는 세대가 청년층이라는 사실과, 이들에게 숙련보다 값싼 노동력을 요구하는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뿐인가. 날로 치솟는 주거비와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자신의 시간, 노동, 학업과 맞바꾼 돈을 집주인과 대학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현실을 목도한다."

이런 예가 나온다.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쌓기에도 최선을 다했으나, 졸업 후 마주한 것은 적은 수의 정규직과 많은 수의 비정규직 일자리. 
비정규직 중에서도 1년 계약인지 2년 계약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경쟁률. 
공채시즌에 고배를 마시고, 정규직 전환기회가 있다는 작은 회사에 취직. 
재계약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곧 부담이 되어, 자발적 야근. 그러나 정규직은커녕 재계약도 실패. 임시직으로 생활 연명.
주변에선 한마디씩 하겠지. 쟤는 왜 아직도 저러고 살아. 
혹시 재계약에 성공했다면 그럴테다. 결혼은 언제하니, 애는 언제 낳니. 

초반에 나온 저 예시는 아주 두루뭉술한 편. 본격적으로 드는 사례들은 보다 구체적이다. 처절할만큼. 
그렇다고 신파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매우 현실적이어서, 그런데 그 현실적인 걸 내가 알아서, 내가 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데, 구구절절 알고, 구구절절 공감하고 말아서, 그래서 남 얘기라고 할 수 없어서 너무 슬프다.

"우리는 <청춘의 가격>이라는 제목으로 청년들이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데 필요한 요소들과 그것을 획득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투자된 사회적·개인적 자본의 총량을 유추해보고, 이후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임금과 소득으로 돌려받는 비용을 계산하여 청년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교수와 대학원생, 부모와 자식까지, 돈의 유무로 나뉘는 갑을 관계도 어느 하나 극적인 게 없이 사실적이다.
책에 의하면, 푸코가 말했단다. 
"과거의 국가 권력은 죽게 만들거나 살게 놔두었지만, 현대의 국가 권력은 살게 만들거나 죽게 놔둔다"

책은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들을 말하고, 그 와중에 분명히 "새로운 사회를 여는" 방법들도 말하고 있다.
새로운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부디, 미래에 나올 청춘의 지표들은 퍽 달라지길, 바라본다.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청춘의 가격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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