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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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내용은 세상의 경이로운 기적을 품고 있다. 


주인공 마틴은 열두 살에 사지가 마비되는 퇴행성 신경증을 앓고 "식물인간이 되었다."

열여섯 무렵 의식이 깨기 시작하고 열아홉 살엔 의식이 완벽히 돌아왔으나,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지난한 과정 끝에, 그의 의식이 돌아왔음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이제 그는 테드 강연 연단에 서기도 하는 유명인사다. 


제목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오랜 투병기간동안에도 아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던 엄마는, 의사들의 기권과 모든 시도의 실패 끝에,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사람들은 멀어져 가고, 가족들은 점점 더 고립되었으며, 엄마는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기도한다. 

엄마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의사들은 그녀에게 마틴이 아닌 다른 두 자녀를 돌보는데 집중할 것을 권하고, 엄마는 다른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힘들지 않았을리가. 


의식이 돌아왔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를 살린 것은 가족, 타인의 배려, 상상력이었다. 

식물인간이었던 그가, 컴퓨터에 능한 재능을 살려 관련 업무를 맡게 되고, 여러 강연에 연사로 서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해피 엔딩으로 책은 끝난다. 


경이로운 기적으로 향하는 길에, 오직 긍정적인 일들만 있던 것은 아니다.

알아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의 면전에서 경멸 내지는 절망적인 언사들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몸을 똑바로 가눌 수 없고, 의사를 표현할 수 없으니, 어떤 이들은 그를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기도 했다.

모든 직업인이 사명감을 가질 순 없겠으나, 인간이길 포기하진 않도록, 교육과 규제는 필요할 듯하다. 부디 모두 반성했기를. 


책의 장점은, 그의 특별한 행보 속에서도 보편적인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절망의 순간에도 그 절망이 오직 자신만의 것이 아니란 것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아예 잊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지금 나는 과거를 애도하며 떠나보내는 중이다. 머지않아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법을 아예 잊어버릴 수밖에 없던 그가, 홀로 자립하는 과정이 담겼다. 

그는 선택하고, 결정한다. 

책은 한마디로, 생의 기적을 말하면서도 보편성을 품은 성장기였다.

자칫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으나, 진실을 담은 이야기엔 분명 진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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