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언젠가 미국의 어느 의대 교수와 우연히 만난 좌석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났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의 영미문학에 관한 지식은
명색이 일생을 문학을 공부한 나에게 못지않았다.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문학에 관한 지식과 관심이 많으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학부 때 많은 문학 관련 교양과목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버드 의대나 MIT 공대 교과 과정에는 교양필수로 문학 과목이 거의 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의학이나 이공 계통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왜 문학을 공부시키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교수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초음파 검사를 하기 위해 어떤 사람의 내장을 보고 위 속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육체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성이 느껴집니다.
선하고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인지 갈등이 심하고 괴로운 사람인지 짐작이 가지요.
인간의 마음과 몸은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고, 육체만 보는 것은 진정한 의사가 아닙니다.
나도 그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마음으로 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문학을 통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장영희, 영문학자)


책 한 권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읽기의 방법, 책과 책 사이 또는
책과 세상의 거리, 책이 말하는 바에 대한 감응과 비판이 자신의 서가와
자기 생각 속에서 새롭게 정의되고 다시 편집되어야 한다.
창의력은 거기서부터 나온다.

좋은 책이란 새로운 생각과 자극을 주는 것이니,
읽어야 할 책은 늘 우리를 유혹한다.
그 유혹과 연애하는 것이 독서이다.
오늘의 독서는 가까운 미래의 자화상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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