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보릿띵즈] 3단 우산 페이보릿띵즈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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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이쁩니다. 소나기 피하려고 가방에 넣어다니는데 양산으로도 요긴하게 씁니다. 담번에는 귀여운 프린팅에 암막 내부 소재로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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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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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가 없는 이성애자 30대 여성이고 교복 입는 시절이 끝난 이후로 십 수년간 치마를 딱 두 번 입었다. 대학 졸업사진 찍을 때. 그리고 언니 결혼식 때. 평소에는 운동화를 신고, 사계절 헐렁한 긴 바지를 입고 티셔츠나 피케셔츠, 또는 이런저런 (화이트) 셔츠를 입어 왔다. 머리 스타일은 어깨에 닿는 정도의 단발. 반곱슬이라서 항상 묶고 다닌다. 집안 유전으로 일가족이 모두 새치가 심한데, 어떨 때는 새치 커버 염색을 하고 바쁠 때나 중요하게 집중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새치 커버를 하지 않는다. 아마 40이 되기 전에 백발이 되겠지. 주민증 사진은 20대 중후반에 했던 커트 머리를 한 모습이다. 평소에는 스킨로션썬크림을 바르는 것으로 화장을 끝내거나, 아니면 여기에 몇몇 부분에만 파운데이션을 덧바른 후 립스틱을 바른다. 어느 경우에도 한 번 집을 나서면 수정화장은 하지 않는다.

나는 탈코인인가, 아닌가? 아마, 2019년 한국의 트위터 기준으로는 나는 탈코인이 아닐 것이다. 숏커트 머리도 아니고 그렇게 자를 계획도 없고, 아예 맨 얼굴로 다니는 것도 아니니 여전히 뭔가 꾸밈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어느 분 말마따나, 그래봐야 남들 보기엔 여전히 코르셋 찬 것처럼 보이는상태. 크크. 그런 지적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렇게 응수한다. “그렇게 보든가 말든가.” 아마 나 같은 사람이 탈코인이라고 자임한다면, 탈코르셋 운동을 전유해서 그 운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 취급을 받겠지. 그들에 따르면 내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탈코르셋은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점차 꾸밈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일 것이다.

트페미의 일원으로서 몇 년에 걸친 탈코르셋 논쟁을 지켜보고, 또 참여하면서 내가 느꼈던 의문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이성애자 여성이 받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단일한 내용을 가진 요구일까? 예컨대, 모든 젊은 여성들은 그 당시에 유행하는 여자 아이돌에 최대한 비슷하게 되는 방향으로 자신을 관리하도록 사회적 압박을 받는가?

이 책은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어떤 이성애자 여성이 꾸밈에서 면제될 수 있다면, 그건 그가 질병 등과 같은 특별한 사유를 가져서 그런 것이고.

그러나 나는 그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여성 각자가 처한 몸의 조건에 따라 다른 내용을 갖는다. 가령, 어떤 젊은 여자가 고도 비만이고 키까지 클 경우, 그 여성은 꾸밈을 면제받는 게 아니라(=너는 꾸미지 않아도 되), 그 상태로는 최대한 남자들의 눈에 띄지 않기를 요구받는다. 그 여성이 원색의 옷을 입거나 걸리쉬한 옷을 입어서 자기 존재가 두드러질 경우 안구테러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애쓰지 마라, 이런 곳에 나돌아다니지 말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런 조건의 여성들에게 코르셋’(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무엇일까? 살을 평범한 여성처럼 빼거나, 아니면 기어 나오지 말하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이런 여성이 치마를 입었다며 탈코르셋 태그를 썼을 때, 말 그대로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주체적 꾸밈을 탈코에 갖다 붙이지 말라고 하는 걸 보면서, 이 사람들은 자기 몸이 처한 현실을 여성 일반의 현실로 보편화하는 데 무척 능하면서도, 남의 몸이 겪는 사회적 압력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척 둔감하구나 싶었다. (외적으로 두드러지는 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여성 암환자의 꾸밈수행이 토론 주제가 되었을 때에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어쨌든 화장을 한다는 것은 미용 산업측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고, 그 화장은 남성 환자는 안 하고 여성 환자만 하는 것이고~ 화장 하는 것도 환자에겐 피곤한 일이고~ 이 수준. 그걸 당사자가 모를까요. 근데 왜 암환자는 그런 피곤함을 감수할까요. 이 사회가 여성 암 환자에게도 예쁠 것을 강요해서라고 그들은 답하겠지만, 암 치료는 장기간이고 치료 중에서도 스스로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환자의 관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구체적인 현실 또는 그들의 맥락이 있겠죠.

 

둘째, 이성애자 여성이 규범적인 여성성을 체화하기 위해서 하는 꾸밈 노동은 외모 관리와만 관련된 것일까?

이 책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탈코르셋 운동이 일단 여성 외양의 기본값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출발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고, 궁극적으로 규범적인 여성성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외모 관리를 중단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몸을 미적 관점이 아닌 기능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나의 몸에 대한 평가나 참조의 대상을 한남에서 동료 탈코 여성으로 바꾸기 등등.) 꾸밈 중단은 긴 여정을 위한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나도 이 점에 동의한다. , ‘규범적인 여성성이 단지 꾸밈과만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회가 말하는 규범적인 여성이란, 나이에 따라 여성스러움을 드러낼 수 있는 외양을 유지하면서(=나이에 따라 구현해야 할 여성미가 다르다), 그의 온갖 스트레스를 수용해서 부정적 감정을 사라지게 만들고 다시 긍정적 기분으로 회복될 수 있게 위안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의 성적 능력이 어찌 되었든 그 수준에 만족하면서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양육이나 돌봄 이외의 사안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티 내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요약하자면, ‘규범적 여성성이란 외양과 역할과 태도의 토탈 패키지이다.

내가 보기에, 페미니즘적 실천을 통해 궁극적으로 부정하려는 게 규범적 여성성이라면, 굳이 엄격한 의미의탈코를 거치지 않고도 저 패키지 중의 일부를 부정함으로써 규범적 여성성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본다. ‘화장 못 잃어서 광광 운다고페미니스트가 아닌 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탈코를 하는 페미는 아니겠지.

이 책에서 이런 언급이 나온다. “너는 페미니스트인데 왜 탈코를 안 해?” “너는 한남은 욕하면서 왜 남자랑 연애를 해.” (이성애자니까 남자랑 연애를 하겠죠.) 이런 질문들이 얼마나 중간에 존재할 수 있는 공존 가능한 많은 선택지들을 은연중에 삭제하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극단으로 모는 질문인지 좀... 그랬다.

 

셋째, 왜 어떤 이성애자 여성들은 유독 꾸밈 강박과 피어 프레셔에 더욱 취약한가?

이 책에 나오시는 분들은 정말... 여러 방향으로 끝까지 가보신 분들인데, 그때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셨는지를 좀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시절을 자학하지 말고, 그 시절의 자신을 부정하지 말고. 예컨대 만약 그때 얼평하는 대학동기 남자들이 나라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흔들었다면, 대체 그들은 고작 대딩 한남 주제에 어떻게 그렇게 큰 영향력을 나에게 행사할 수 있었을까? 물론 얼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기분이 나쁘고 모든 부정적 평가는 기분은 나쁘죠, 머리 나쁘다 공부 못한다 등등 긍정적 평가는 기분이 좋지만, 기분 변화 이상으로 내 존재 자체를 규정하는 권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었을까... 이걸 분석해야, 그 원인들을 제거함으로써, 후속 세대들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는 모든 여성들이 엄격한 의미의 탈코를 하더라도, 한남들의 얼평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특정한 형태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모든 여자들이 맨 얼굴로 길거리를 활보해도 이성애자 남자들은 그걸 보면서 또 생얼 외모와 몸매로 위계를 매기고 그 평가에 근거해서 중요한 자원의 분배에 영향을 주려고 하겠죠.

제 개인적으로는, 사적인 자리에서 얼평을 법으로 금하는 세상은 이룩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법제화가 힘들다는 말),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위계를 매기는 권력을 뺏어와야 한다고 봅니다. 미러링을 통해서 말이죠. 얘들은 지들도 당해봐야 기분 더러운 줄 알더라고요.

 

넷째, 왜 탈코르셋은 투쟁 상대를 자기 자신으로 삼아야 할까?

이 책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의 투쟁 방향은,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미디어와 사회구조를 비판하더라도 결국은 욕망을 파고들어 내면화된 압력과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어차피 그 욕망과 내면화된 압력도 사회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결국 사회적 압력을 바꾸면 내면의 욕망도 바뀌지 않을까요? 저는 어떤 점에서는, 탈코 운동이 자신의 몸과 일상과 또래집단에 그렇게들 집착하는 게, 어쩌면 이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이 1020인 것과 관련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들은 아직 가용한 사회적 자원이 적으니까 자기 자신과 주변에서 일단 출발하는 것이고, 계속 그 안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두렵기도 하고’, ‘수치스럽기도 하고’, ‘자부심이 들기도 하고아직 탈코 안 한 인간들의 미적댐을 일종의 변명, 합리화로 보여서 못 마땅하기도 하고... 근데 언제까지 이럴건지 싶네요.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지지하면서도, 본인이 30405060이어서 좀더 사회적 자원이 많다면, 명백한 꾸밈의 결정체들이 대표성 있는 포지션에 있지 않게끔 만드는 운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가령, 여성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30~40대의 기골이 장대한, 그래서 승객들의 안전을 잘 지켜줄 수 있는 여성들이 활동성 있는 옷차림으로 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안경 하나 썼다고 기사거리가 되는 현재의 여성 앵커직이나 아나운서직도 마찬가지고요. (실명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박대기 기자를 닮은 여성분들도 9시 뉴스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만들기. 일기 예보를 담당하는 여성들도 마찬가지고요.

405060분들 중엔 90년대에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 하신 분들도 살아계실 텐데, 그런 노하우와 관계망을 살려서, 여성들로 하여금 내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어떤 중요한 사회적 기회를 얻기 위해서도 굳이 꾸밈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건 사족인데요, 여성이 꾸밈을 중단할 때, 남자가 안 하는 건 나도 안 한다. 이런 기준이 있다고 했잖아요. 남자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디폴트 값이 되고... 그들은 태어나 단 한 번도 성별을 이유로 몸의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불필요한 인내를 요구받거나 고통을 감수하거나 선망하도록 길러지지 않는다.” 이거는 아닌 거 같습니다. 성기가 작은 남자들은 실제로 성적 능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 되는 성기 확대 수술을 받기도 하고, 20대부터 대머리가 시작되는 경우에 성기능 감퇴라는, 남성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프로페시아나 미녹시딜을 먹기도 하고요, 어디 부딪히면 폐에 기흉이 생길 정도로 개말라이거나 키가 작은 경우에 헬창소리 들을 정도로 각종 보충제(보통 간이랑 신장에 무리가 가죠) 먹어가며 몸의 부피를 키우기도 하고요... 그래서 모 전직 동성애 액티비스트의 경우에 그런 운동에 집착하는 애들 중에 대ㅁ 없다는 그런 말씀도 하셨고... 아무튼 방향이 다르지만 그들도 있는 그대로존중 받는 건 아니고 나름의 코르셋이 있긴 합니다. 페미인 내가 그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필요성은 못 느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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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보내기 전에 검수를 했다면 보내기 힘든 퀄러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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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9-03-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휴대폰으로 연락드렸으나, 연결되지 않아 글로 안내드리는점 양해말씀드립니다. 상품 제작시 조금 문제가 있었던듯 한데요. 한번 더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하는데 부족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극소량 재고 담당자 통해 확인되어 우선 재고 확보때문에 교환 접수만 해 두겠고, 혹여 원치 않으시면 반품 가능하오니 번거롭더라도 1:1고객상담으로 글 남겨주시면 확인 후 조치 하겠습니다. 이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부분은 나의계정>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신속하게 안내 드리고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도레미쏭 2019-03-06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품이나 교환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그냥 손잡이 유약 벗겨진 채로 쓰긴 쓸건데요, 다음번엔 검수 꼼꼼히 해서 보내주세요.

도레미쏭 2019-03-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환취소 처리 바랍니다. 저는 교환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시간 맞추는 것도 귀찮아요...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 한국 사회과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김경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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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박사과정에 들어온 사람 관점에서는 2부 논의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학계에서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자기 입장을 만들어 나가고 그걸 발표/홍보하는 과정을 이 정도로 상세하게 알 길이 잘 없거든요. 그런 경험을 안 해봐서이기도 하겠지만 알아도 제자들한테만 알려주는 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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