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방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8
가스통 르루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연역법과 귀납법

철학, 혹은 논리학 교양과목시간에 들어봤음직하다. 그러나 많이는 들어봤지만, 정확히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 또한 드물다.

난데없이 왠 철학 타령인가? ^^ 탐정이 범인을 잡기위해, 요구되는 능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다.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 예측불허하는 상상력, 탐정만의 동물적인 직관.. 등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 바로 논리적 추론능력.

탐정은 곧 철학자.
자, 노란방의 비밀에서는 이 철학개념이 범인을 제압하는
추리력으로 구현된다.

내가 범인을 막 뒤쫓고 있다
범인이 먼저 꺾여진 통로를 돌았다. 간발의 차이로
나 역시 통로를 돌았는데, 이럴 수가! 반대편 통로에는 미리 그쪽에서 범인을 몰으라고 했던
나의 동료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순간 멍청해진 나는, 역시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료에게
묻는다. '녀석을 보지 못했나?'
동료 역시 멍해진 모습으로 되묻는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된 것일까? 범인은 어떻게 된 것일까? ^^ 사실 범인이 어떻게 된거는 아무래도 좋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차이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니.

귀납법은 특별한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기본원리를 추론한다.

이에 비해 연역법은 기본원리로부터 개별적인 세세한 사실을 추론한다.

이렇게 써놓으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러니, 어서 소설 속으로 돌아가보자.
자, 추리소설에서는 어떻게 판명이 날까? 추리소설의 원전으로 인정받는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나,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 시리즈와 같은 소설은 지금도 추리 매니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으레 예기치 못한 비밀통로나 기상천외한 장치가 등장한다.
바로 개별적인 사실, 즉, 비밀문 따위와 같은 특수한 장치가 범인이 빠져나가는 기본원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비밀문 같은 것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다. 물론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벗어난 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밀문이라니! 그야말로 소설아닌가?)
 
그래서, 이런 류의 접근을 반대하고 나선 작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가스통 르루 이다. 오페라의 유령 보다 더 호평받는 '노란 방의 비밀'에서 르루는 연역적 추리를 전개한다. 비밀문도, 그 어떠한 기상천외한 수단도 없었다면 범인은 그 통로에서 과연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합리적 이성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다. 범인이 투명인간이 되는 약품을 바르고 몰래 도망쳤단 말인가?

르루는 그런 식의 접근을 거부했다. 범인은 바로 당신의 동료였던 것이다. 
당신에게 쫓겨 통로를 돌아섰던 범인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가?
그는 통로를 돌아서자 마자, 매우 신속히 변장하고 있던 가면을 찢어버리고 마치, 반대편에서 범인을 몰고 있던 당신의 동료인 척을 한 것이다!!
 
세부적인 설명을 하자면 길 수 있으니,, 생략하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르루의 연역적 접근 방식이다. 바로, 르루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가능성을 추리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밀문 같은 것은 없다 투명인간이 될 가능성은 더욱 없다. 어쨌든 범인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고, 여기 있는 사람은 나와 내 동료 오직 둘 뿐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볼때 가능성은 바로 여기 이 사람, 당신이 신뢰하고 있는 동료인 것이다.
 
이렇게 르루는 기존 홈즈나 뤼팽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신비하고,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를 거부한다. 오직 기본원리에서 세부적 사실을 추론하는 연역법을 사용한 것이다.
  ........
 추리소설을 그냥 읽어왔는데 그 속에도 이런 사상의 차이가 반영되어 있어
 글을 써보았다. 영국의 경험론이 코넌 도일의 소설에, 대륙 (프랑스)의 합리론이 르루의 작품에,
 각각 이런 식으로 녹아있음을 알고 나니 그 당시 사회사상의 흐름과 문학이 더 재미있어진다 ^^
 
 '노란방의 비밀' 함 읽어보세요 ^^
  모험심에 가득찬 어린 신문기자 조셉 룰르타뷰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