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가는 순진하면 안된다.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비정한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숭고히 여기는 여러 가치들. 자유, 평화, 사랑 등등.. 얼마나 좋은가. 이런 가치를 가슴에 품고 산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래 물론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단체는 아주 많다. 그러나 사실 역사는 이런 것들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인간사를 살펴보면, 탐욕, 광기, 파괴 등의 부정적 욕망이 원동력이 되어왔다. 마치 무의식상의 욕망을 자아가 억누르는 것과 같이, 인간역사도 이러한 무의식적 본능과 초자아적 이성이 끊임없이 투쟁하는 산물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유럽 동구권 발칸반도의 내전을 다룬 책이다. 보스니아 사태라고 신문에서 잠깐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이 먼나라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 앞서 말했듯이 역사라는 것은 무의식적 광기와 그것을 억누르는 합리적 이성의 대결이라고 하였다. 광기가 한번씩 터지고 나면, 인간은 잠시 이성이 되돌아와 정신을 차리고는 숭고한 가치를 떠벌인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약은지라 이러한 가치를 교묘히 이용하는데에 진짜 무서움이 있다.

국제평화조약, UN등의 역할은 말 그대로 세계질서의 확립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강대국들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쇼(Show)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이런 코메디쇼가 그럴듯하게 인류평화와 사랑이라는 가치로 포장됨을 보스니아 내전은 잘 보여준다. 그런 가치를 역설하는 위선자 (대개 소수 권력자층)들은 적절하게 이 카드를 써먹고, 대다수 국민을 안심, 무마시킨다. 앞서 던진 질문에 대답을 해야 겠다. 그럼 도대체 이런 말들이 보스니아 내전과 무슨 상관이 있나. 외계인이 아닌한, 인간은 동일한 광기와 이성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그곳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극명한 인간성의 상실과 그것을 조종하는 국제권력사회의 위선적인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복잡한 주제를 생생하게 제시해준다. 한번 책 잡고, 쭈욱 읽다보니 다 읽더라.. ^^ 그만큼 흡인력이 있다는 게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세상 돌아가는 것에 안목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정치참여 이러한 것들이 인간의 야수성을 잠재울 대안이 될까. 의문이 생기며, 경계를 잠시라도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어느 사회든 야수를 깨우고자 하는 위인은 있는 법. 내가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상대방도 그럴 거라는 것은 비합리적인 발상이다. 괴물은 멀리 있지 않다. 나 자신도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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