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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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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단 :: 복수 그리고 처참한 살인극 -

제바스티안 피체크, 미하엘 초코스 공저 / 한효정 역 / 단숨 / 2015 / 문학 / 스릴러​

 

 

  

     스릴러는 상당히 무서우면서도 잔인한 장르입니다. 기욤 뮈소의 「내일」처럼 로맨스가 깃든 스릴러는 조금 즐기면서 볼 수 있지만, 길리언 플린의 「다크플레이스(읽었을 때 너무나도 충격이었다!)」나 이번 도서인 「차단」은 살인자 혹은 사이코패스와 피해자가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관계와 잔인성에 질끈 눈을 감아버리기 일쑤이지요. 특히 외국 소설들의 스릴러는 유독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그냥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묵직한 도끼라든가, 혐오스러운 흉기를 가지고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차단」도 어쩌면 잔인하겠구나 싶어서 마음을 잡으며 읽었습니다. 작가가 누군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사이코스릴러의 제왕 피체크와 천재 법의학자 초코스의 합작품이라는데 쉽게 사람을 죽이진 않을 것 같았거든요. 역시나 첫 페이지부터 무서웠습니다. 십대의 어린 소녀, 배터리 없는 휴대폰, 으스스한 숲길에서 갑자기 트렁크에서 등장한 남자. 성범죄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소개 글은 읽었지만 이 소녀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실눈을 뜨며 책을 읽었지요.

 

     곧이어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만화가 린다의 이야기, 법의학자 헤르츠펠트의 이야기, 성폭행 당하는 10대 소녀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나오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곳에서의 이야기 진행은 각각의 다른 공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딸을 잃은 헤르츠펠트는 딸을 찾기 위해 단서를 찾아가며 딸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공포, 그를 도와 다른 공간에서 단서 찾는데 도움을 주는 린다가 시체를 해부하는 공포와 스토킹에 시달리는 공포, 그리고 잔인하게 성폭행 당한 소녀의 공포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이 죽어가는 잔인한 모습들이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어요.

 

     이렇게 끔찍한 사건과 내용이지만 사회적인 비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4년 전 끔찍하게 소녀를 성폭행하고 그녀를 자살로까지 몰고 갔던 사이코패스는 사회로의 복귀할 기회를 준다며 고작 3년 반의 형을 선고했고 이 일이 그보다 더 잔인한 복수와 살인극을 부르게 된 것이었지요. 그 과정에서 헤르츠펠트는 법의학자로 이성을 유지하는데 일조했었지요. 성폭행은 했으나 살인은 하지 않았다며 말예요. 최근에 뉴스에서 비슷한 죄라도 어떤 법 조항을 따르는가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다르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0대 소녀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화가 났습니다. 그 어린 소녀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 괴롭히는 겁니까. 어떻게 그런 잔인한 생각을 할 수 있는가요. 서평을 쓰면서도 마음에 진정이 되지 않네요. 잔인하고 무서웠지만 상당히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의 벌어지는 일들로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지루하지 않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면서 읽었지요. 하지만 이런 일들이, 이런 주제의 책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밤에 다 읽고 잤는데 결국에는 악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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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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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벤처 기업들의 업무 방식은 어떠할까? -

아마노 마사하루 저 / 홍성민 역 / 이지북 / 2015 / 경제, 경영 / 기업,경영자스토리

     실리콘밸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지역이지요. 정확한 위치는 미국의 서해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반도 산타클라라 계곡지대라네요. 흔히 실리콘밸리는 벤처 시장의 중심이라고 표현하는데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 등을 내세운 다양한 회사가 존재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들이 솟아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글, 페이스북, 애플, 인텔 등 지금의 유명 기업들이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구요.

 

 

 

 

     이 책은 현재 일본의 업무방식과 실리콘밸리의 업무 방식을 비교하여 실리콘밸리만의 업무 처리 방법의 강점을 소개하고, 일본인으로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실리콘밸리에 취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와 한,일의 업무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조직과 개인, 대규모가 아닌 벤처, 상하 사회가 아닌 수평 사회, 계속 아닌 변화(p.9)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저자가 한 가지 놓친 것은 한,일은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이 이루어졌다면 실리콘밸리는 신기술이나 네트워크 관련 산업이 많아 업무의 방식과 흐름들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제조업은 안정성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변화보다는 조직을 구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지요.

 

 

      급변하는 사회에서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개인주의 업무방식,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도전정신, 다민족을 포용할 수 있는 포용력 등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과거의 관료주의를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로 돌아서는 곳이 많으니까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배워야 할 점은 바로 도전정신인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밴처가 100%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성공치 못한 기술은 다른 곳에 기술을 팔기도 하고, 흡수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 책의 1장의 제목은 정답은 없는 시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답이 보이는 길을 가려고 해서 갈림길에서 머뭇머뭇 거립니다. 심지어 그 곳에서 주저앉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쏟아지는 곳이라 잠시 머뭇거리면 한 발 늦은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길을 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의 지원도 꽤 된다지요. 그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멘토나 엔젤 등)도 있구요.

 

     난 실리콘밸리에 갈 생각은 없지만 친히 실리콘밸리에 취직하는 방법까지 알려줘서 조금 참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 취업방법이 우리나라와 실리콘밸리간의 관계가 어떠한지 모르기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국계 관련 기업으로 취업 비자를 받으라는데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만약 실리콘밸리의 업무방식이 어떨까 궁금하다면 가볍게 읽을 만 한 것 같습니다만 현재 우리의 업무방식과 비교하려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자유로운 업무 방식으로 가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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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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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의 황제 ::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로 출발 -

김희선 저 / 2014 / 자음과모음 / 문학 / 소설

     [라면의 황제]. 참 이상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 표지는 어떤가요. 라면 한 그릇에 줄을 서있는 외계인이라니. 표지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았습니다. 녹색 외계인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거든요. 궁금증은 계속 유발되고, 어떤 내용일까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습니다.

 

 

     처음에 이 책은 라면가게 사장님이 황제가 되었다든지, 그 사람이 실은 외계인이었다든지, 아니면 어느 날 지구를 습격한 외계인들이 라면에 빠져들었다든지, 괴상한 내용일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의외로 9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이었습니다. 9편의 단편 중 책의 제목을 차지한 라면의 황제는 한때 라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란 서두로 그 세계에서 라면은 과거의 음식일 뿐입니다. 이렇게 맛좋은 라면이 과거의 음식이라니 슬프지만 라면이 유해음식으로 취급되어 세상은 라면을 금하게 되었습니다. 라면의 재건을 이루고자 라면동호회 사람들은 라면의 영웅적인 인물을 필요로 하고, ‘내 영혼의 라면 한 그릇을 집필했던 김기수씨란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하지요. 그의 라면 사랑 이야기를 말예요.

 

 

     라면이 금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요.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요. 우리가 유전자 조작에 성공해서 더 이상 죽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머리 위해 비행접시가 나타나서 일주일동안 색종이만 뿌려댄다면 어떨까.

 

     사실 9편의 단편집들은 왠지 어둡고 암울한 성격이 강한 것 같습니다. 너무 현실을 반영해서였을까. 현실 비판을 위해서 였을까. 현실 같기도 하고 현실이 아닌 상상같기도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렇다 할 결론은 없는 것 같지만 모두 독특하면서 개성이 강했습니다. 사실 뭐 이런..’ 이렇게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읽다보니 점점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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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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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마이너스 :: 사느냐 죽느냐 이기느냐 도망가느냐 -

손아람 저 / 자음과모음 / 2014년 / 문학 / 소설

 

     [디 마이너스]1990~ 2000년대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을 소재로 정치적인 관념 및 신념, 생각 등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없는 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들과의 투쟁, 권력의 암투, 그러한 것들을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내용을 대학생활과 학생운동에 빗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어른이 된 주인공 박태의가 진우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집안 어딘가에 묻혀있을 진우의 청첩장을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박태의는 서울대 미학(美學)과에 입학했습니다. 미학은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랍니다.(미학과의 교육목표는 미와 예술에 관한 이론적 성찰 및 실천적 응용을 통해 이성과 감성이 조화로운 인재를 배출하는 데 있다, 서울대학교 발췌) 그리고 철학연구학회에 가입을 합니다. 그것이 학생조직인 연대회의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찌되었든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계가기 되지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여자 미쥬를 만나고, 연대회의와 반대편인 전대협의 미쥬의 남자친구 대석 형과 기숙사 한방을 쓰고, 미쥬가 붙여준 진우와 절친이 되고, 시와 음악을 즐기는 현승선배와 마르크스 이야기를 하며 대학생활을 합니다.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세상의 올바르지 못한 모습에 반기를 들지요.

 

 

     이 책은 상당히 난해한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기보다 작가가 경험한 일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예요. 그 시대의 대통령의 이름, 용산참사, 월드컵, 그 외 투쟁 등을 바라보고, 비판하며, 모두 사실이 적나라하게 비쳐져 더욱 더 소설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저자인 손아람님이 실제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이기도 하지요. 1980년대에 태어났으니 시대적 배경과 비슷한 시기에 대학에 입학하였을 테니까요. ‘느슨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강렬한 말처럼 이 이야기는 그 시대의 진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정치며, 사회며, 세계며 특별히 관심이 없습니다. 솔직히 소설이지만 이렇게 사실적이고 비판적인 정치관련 책은 처음이어서 읽어나가는 것도, 내 나름의 해석을 갖기도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책을 읽고 세상에 반항을 느낀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세상 비판에 다소 반항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그 시대 대학생이 아니었고, 투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핑계를 대보지만 내가 생각하고 느낀 그때의 사건들이 박태의가 느끼는 생각과의 차이가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이 연대회의와 전학협, NL의 생각차이로 싸움이 잦았던 것처럼 말이지요.

 

 

     D-(디 마이너스)는 낙제에서 간신히 복권된 학점입니다. 어쩌면 근근히 살아가는 어중간한 형태를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은 조금씩 반항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회와 권력에 말입니다. 잘 사는 집안, 잘 살던 모습을 반()하고 서울대 최초 여자학생회장이 될 거라 예상했던 미쥬는 해외로 도망쳐버렸고, 투쟁의 야구방망이를 쥐던 대석은 대공분실 이후 잠적과 군대로 도피한 후 검사가 되었고, 시와 노래를 읊던 현승은 조용히 졸업, 주인공 태의는 세상에 반대하면서 투쟁했지만 대기업의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진우만이 대공분실, 옥살이, 학생회장의 모든 고난들과 국경을 넘는 시위로 인해 잃어버린 한쪽 눈으로도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지요.

 

     소설로 읽기에는 많이 어려운 책이었고, 나만의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문 경사의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너희가 무엇과 싸우는지 정확히 말해주마. 너희는 세상과 싸우는 게 아냐. 세상이란 단어에는 아무 뜻도 없어. 너희는 선배들과 싸우고 있다.’ 이것이 진실일까요. 세상을 위해 세상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전에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관습들과 의견 차이로 인해 싸우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항상 똑같은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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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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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끝은 끝이 아니야 -

이브 엔슬러 저 / 정소영 역 / 2014 / 자음과모음 / 문학 / 에세이

 

 

 

 

 

     본인이 경험한 일을 솔직하면서 담담하게 말한 책의 첫 말머리를 읽고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아버지의 강간, 어머니의 배신, 그녀의 기억 속에서 폭행 등을 경험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안타깝고, 화가 나며 짜증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어쩌면 내가 여자여서 더 감정이 실렸던지,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에 동정심을 가져야 할지, 대신 화를 내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그녀는 병에 걸렸습니다. 자궁암이었지요. 그녀는 자신이 걸린 병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아마 믿을 수 없었을 겁니다. 어릴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자신, 모든 연약한 여성들을 대변했던 자신, 어느 정도 사회적 인정과 안정 궤도를 달리고 있는 자신이 암, 그것도 자궁암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을요. 그녀는 왜 자궁암에 걸렸나. 결혼에 실패해서? 아기를 낳은 적이 없어서? 낙태와 유산을 경험해서? 질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이 병을 통해 그녀는 점점 심신이 쇠약해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를 읽다보면 저자인 이브 엔슬러에 대한 회의감과 동정심이 들었습니다. 암에 의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없었을까. 굳이 발병에 대해 과거를 되짚어 가면서 그 병의 실체가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찾아야만 했을까. 그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과 다른 그녀의 과거사가 올가미처럼 그녀를 너무 어두운 곳으로 밀어 넣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암에 걸렸다면 나는 그녀처럼 생각을 안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녀는 정말 자궁암에 걸려 삶이 무너지는 느낌을 현실적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니었을까. 역으로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랬을 것처럼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암이라는 병에 걸림으로써 어두운 과거사를 다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마약을 하고,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집을 나가고,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았던 사실은 살아있기에 기억을 하고 괴로워 하지만 병은 몸과 마음이 다 아픈 것이니까요. 그녀는 나무를 싫어했습니다. 곧고 단단한 어딘가 기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나무 말이지요. 이처럼 이브의 삶은 마지막 잎사귀처럼 떨어지기 전의 낙엽 같았지요.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녀는 나무의 든든함과, 곧음을 알고.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암을 이겨내지요.

 

 

     책을 다 읽고 표지의 이브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브는 힘들었겠지. 표지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저런 웃음이 나왔을까. 그녀에게 삶은 이제 무서울 것 하나 없을 겁니다. 힘든 과거도, 죽음도 이겨냈으니 말이지요.

 

 

 

 

 

암은 분리의 창문을 지나 내 몸이 겪는 위기의 한가운데로 나를 집어 던졌다. 콩고는 이 세계의 위기 속 깊이 나를 집어 던졌고, 질병과 직면하자 이 두 경험은 하나로 합쳐졌다. 내가 느낀 것은 종말의 시작이었다. - P.19​

바로 이겁니다. 이제는 삶을 바꿔야 해요.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더 이상 몰아대서는 돼요. `이 망할 자식아`, `두고 봐` 같은 반발로 살 수는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병이 든 거예요. 당신의 병이라는 게 바로 그거예요. 몸을, 신경체계를 혹사시킨 것,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항상 상상의 적을 몰아내고 항상 자신을 압막하고 몰아친 것, 압박하고 싸우고 몰아댄 것 말이예요. - 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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