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이 없으면 사는게 즐겁다 -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꿈틀이 부부의 1년간의 세계여행
홍성만.설윤성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가고 싶어서 안달난 요즘. 대리만족을 줄 책을 찾던 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단번에 고른 여행관련 책이다. 홍성만, 설윤성. 그들은 결혼해서 3년 동안 애지중지 부은 적금을 타서 집사는 데 안 쓰고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한 대단한 부부다. 일명 홍대리, 설마담으로 통한다. 그렇다면 슬슬 궁금해 지는 게 있다. 이 부부가 왜 그런 남들 안 하는 일을 하고자 마음 먹었을까? 책 제목처럼 철이 없어서? 홍대리는 서두에 이렇게 밝혔다.
'최소한 우리는 이 여행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5C'를 얻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변하려 한다(change). 둘째, 우리는 여행을 통해 다른 환경과 다른 세계에 도전하려 한다(challenge). 셋째, 우리는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chance). 넷째,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려 한다(create). 다섯째, 우리부부는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려고 한다(cooperate).' p.27-29
분명한 목적이 있는 여행은 여행자를 긴장하게 하고 즐겁게 만든다. 이들이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남들처럼 집사고 승진하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 데 있었다. 1년 후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귀환-인생에는 정해진 선로가 없다' 부부 금술 좋아지고,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고, 서울의 노을도 바라보고 느낄 줄 알고, 더욱 당당해진 그들은 소정의 목적을 이미 달성하였다.
이 책의 큰 장점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보다는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호주에 이르는 여정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매일 일기 쓰듯 기록해서 무척 현실감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안에 정보가 하나둘 들어있다. 또한 30대를 오르내리는 이 부부는 때론 천진하기까지 하고 무엇보다도 호기심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책을 읽다보면 이 부부의 못 말리는 생활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춥다고 버스 시트 베꺼서 덮어쓰고 자는 설마담이나 '우린 선수야~'를 연발 외치며 바가지 씌우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말'로 응수!하는 홍대리나 막상막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해본 나 같은 사람에게 여행을 통해 뭔가 심오한 것보다는 인생엔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당신도 한번 떠나보라고 슬며시 권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다소 가벼운 듯한 말도 때론 무겁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3년짜리 적금으로 1년을 여행하며 바디 랭귀지로 의사소통하고 짧은 영어 몇 마디, 지도 한 장. 나도 할 수 있을까? 비록 나는 지금 한국에 발 딛고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외국 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 '용감한 자만이 길을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