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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명적이다 -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제미란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5월
평점 :
"휘몰아치는 바람의 바람, 엉키는 머리카락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념까지도 끌고 가버렸을 흔적들......." /p40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예술이라는 말에 어떠한 고뇌가 엉켜있는지 다양한 예술적 표현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절제한 배설이 아닌 삶을 통째로 관통해내는 몽환적이면서도 절규적인 지혜와 사랑을 드러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미술가 14명의 삶과 작품들의 내용은 저마다 다른 형식의 예술 테마를 가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며 내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힘겨움에 어떠한 향기를 지니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내며 독자들의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
사람들은 아픈 영혼이 있기에 예술을 만들어간다. 우리들의 영혼에 드리운 얼룩을 거둬내기 위해서는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여자의 삶이라는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허공속에서 떠있는 감옥과도 같으며 망망대해에 둘러쌓인 노없는 돛단배와도 같는 것이다.
한 남자를 견뎌내는 여성의 삶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표현은 예술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결혼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을 것, 화장하지 않는 방식들로 세상의 여자들에게 주어진 불평등과 부당함에 맞서는 것이다.
역사의 과도기와 혼란기에 예술 작품이 쏟아지듯이, 이 책에 실린 작품들 또한, 여성들의 인권이 기지개를 펴기 위한 이른 새벽의 더욱 짙은 어둠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얀 백지위와 텅빈 공간에서 여러 색깔과 다양한 도구들로 하나의 촛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버려짐을 경험했기에 버려진 물건들을 주어 모아 색칠을 하는 행동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듯이 버려진 여성들의 삶에도 어떤 색깔이라도 넣으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는게 아닐까?
세상은 양면성을 지닌채 돌고 돌아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양성성을 지니길 강조하고 있다. 이해가 수반되지 못하는 경계의 벽은 절대 넘을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는 것은 14명의 그녀들이 지금은 가장 힘들고 가장 위험한 윗벽 모서리에 꽃을 틔웠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볼수 있는 평평한 벌판에서 그녀들의 슬픔과 분노, 강인함을 외쳐본다면 밤하늘 아래 별치 비치는 바다 표면의 깊은 바닷속까지 들리지 않을까? 그 순간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게 되며, 느슨해진 이성의 고삐의 흔들림은 느림의 관능의 공간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유효하다. 일생을 통해 그토록 열정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다른 일은 없으므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온 세포를 동원해 타인을 느끼는 그 순간이 있다는 것,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에너지다. 소멸할 것이기에 안타까운 삶의 축복이며 쓸쓸한 아름다움이다."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