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물건 -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 애착 라이프
모호연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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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터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본적이 있다. “사물에 기억을 저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자신을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칭한 작가 모호연의 반려 물건의 프롤로그에도 이런 문장이 있다. “가끔은 내가 바라보는 물건들의 상태가 지금 나의 상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두 이야기가 정확히 대응되는 건 아닐지 모르지만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은 그 쓰임이 다해도 끈질긴 의미부여를 통해 끝내 손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 내 주위의 가까운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나도 물건 자체에 매료되는 물건애호가이지만 사는 만큼 잘 버리고 정리하기 때문에 물건을 쌓아놓고 사는 이들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물건이 있다면 다 쓴 노트 정도다. 연습장처럼 다시는 볼 일 없는 그런 노트가 아닌 나의 지난 세월과 고민이 담겨 있는 무거운 노트들은 매우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이면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귀여웠다. 한 쪽만 인쇄된 전단지를 모아서 연습장을 만들고 그런 모습이 어른들에게 알뜰하고 야무진 행실로 비춰 칭찬을 받고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는 유년의 기억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 방송언어를 익히기 위해 아나운서나 DJ들이 보던 원고를 가져와 방송과 비교하며 구어체를 연구한 공부법은 참신하면서 현명해보이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식물, 반려인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대인데 반려인형은 반려물건에 포함될 수 있는 개념이겠다. 동물인형을 모으는 것을 입양에 비유한데에 크게 공감했다. “내게 인형은 쉽게 팔거나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인형에 투사하는 감정은 다른 물건보다 크고 깊다.” 평소에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 한꺼번에 물건을 청산할 때는 엄청난 결단을 내린 결과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 작가의 경험담을 읽으면서는 서늘함을 느꼈다. 물건이 인간의 결핍을 채우기도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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