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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생활 도구 -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이진주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4월
평점 :
『월간 생활 도구』는 제품 카탈로그에서 시작된 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1월은 맛의 기쁨, 2월은 그리운 시절, 3월은 기록의 가치, 4월은 봄날의 향취, 5월은 초대하는 날, 6월은 생활의 별책 부록, 7월을 청량한 여름, 8월은 자연 예찬, 9월은 글 읽는 밤, 10월은 아끼는 밤, 11월은 정리의 기본, 12월은 간절한 바람이라는 테마를 정해 이에 어울리는 물건을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다. 나만의 월간 생활 도구를 정한다면 나는 어떤 물건을 고를 수 있을까? 아마도 계절에 따른 날씨의 영향이 클 것이다. 여기서 소개된 물건 중 단연 문구류가 나의 책상의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데 최근에 들어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오브제가 바로 ‘문진’이다. 4월의 테마인 봄날의 향취에 맞는 도구로 선택된 문진은 ‘Dandelion’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하포트 그레인지가 민들레로 만든 문진은 솜털처럼 가벼운 민들레 씨앗을 묵직한 문진으로 만들었다는 역설의 비화를 포함하고 있다. 영원함을 간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그 달의 테마를 소개하는 문구도 감각적이다. 헤르만 헤세의 검소한 삶과 르 코르뷔지에가 해변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고 보들레르의 악의 꽃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섬세한 취향으로 꾸며놓은 공간에 함께 놓아두고 싶은 책. 텍스처 온 텍스처의 사진까지 너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