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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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

▫️저자 : 황모과
▫️출판사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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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민호와 다카야는 타임슬립 기술을 이용해 민간인 학살을 조사하기 위해서 100년 전 그날로 돌아가 과거의 진실과 마주한다.
<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맞아 자료 조사와 인터뷰, 답사를 토대로 쓴 SF 타임슬립 역사소설로,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새로 써내며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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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기 시작하는 해인지 저물고 있는 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래 이곳에 머물렀다. 이제는 끝내고 싶었다. 끝나지 않는 비극을 반복해 원점에서 마주하는 일은 그만해야 했다. 적어도 자신과 같은 한 개인이 짊어질 수 있는 업보가 아니었다. 

🔖1923년 민관합작 학살은 국가와 시민 사이의 괴리감을 급격히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이 마을이라는 작은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전통적인 인식은 이제 일본이라는 국가에 속했다는 인식으로 확장되었다. 조선인을 적으로 설정해 탄생한 국민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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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혐오가 조장되고 장려되는 한, 민중의 민중에 대한 스학살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민호는 알았다.


💬 황모과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리디의 '우주라이크소설' 서포터즈로 였다. 신선하고 참신한 SF 장르 단편소설들 중 <피스타운> 이라는 이야기였는데,미래 시스템과 유족의 아픔, 사회적 이슈와 함께 깊은 질문을 던지며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SF 앤솔러지 <인류애가 제로가 되었다>의 단편인 <배내똥 거래소>로 블랙 코미디 같은 미래의 모습 속
기계와 인간의 가치 역전 상황에서도 아이를 꿈꾸게 하고픈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황모과 작가의 작품들의 척박하고 비참함을 담은 현실에서도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듯, 한 줄기 길을 제시한다.

💬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관한 과정과 비통함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당시의 상황에 관심 있을 이들은 꽤나 많이 접했을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작품에는 영화 '박열'이 있다.)
하지만 이렇듯 SF적 요소, 특히나 타임슬립과 무한 루프의 소재와 결합해 들여다보도록 하는 발상이라니...
내용을 읽기 전 책 소개만으로도 기대를 갖기 충분했다.

당시의 시스템적 학살 과정을 적나라하고 아프게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목적으로 과거를 근접해서 바라보며 끝나지 않는 비극의 진실을 마주하는 두 청년의 참담함을, 시대의 혼란에 휩쓸린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관심 속에 가려진 참담한 시대적 모습,
척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어지는 단단한 연대를 흥미로운 SF 적 소재와 결합해 묵직하게 울림 있는 이야기로 전한 황모과 작가의 <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자세를 '새로고침'하게 만드는 듯하다.

아픈 역사도, 수치스러운 역사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역사도 모두 깊이 알고
제대로 마주바라보야 한다.

'변영주 영화감독'의 추천사처럼,
전진하기 위해서는 죽어간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시의 진실을 찾아보려는 누군가와 현장을 잇는 일에 이 소설이 작은 다리가 되었으면 한다. 작품도 작가도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만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의 작은 귀퉁이가 되면 좋겠다. 이야기는 더 필요하다.
_황모과 작가 ]

알지 못했던 그의 전작도 모두 살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그가 전할 이야기도 무척 기대가 된다.
SF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과거를 새롭게 쓰는 황모과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말없는자들의목소리 #황모과 #소설 #REMEMBER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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