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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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유산 >

▫️저자 : 미즈무라 미나에
▫️옮긴이 : 송태욱
▫️출판사 : 복복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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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미쓰키는 교수 남편을 둔 파리 유학파 50대 여성이다. 그린 것처럼 그럴듯해 보이는 미쓰키의 겉모습과 다르게 그녀의 실상은, 아픈 어머니를 간병해야 하고 경제적 독립이 힘들어 바람난 남편과의 이혼을 망설이는 중년의 여성이다.
문득 자신의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왜 전혀 행복하지 않은 건지 생각한 그녀는 엄마와 가족, 관계에 대한 냉정한 현실을 돌아본다.

관계와 돌봄, 가족, 욕망을 뒤로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안에서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 특별한 여성 삼대이야기.

🔖
늙은 부모를 보살피는 것은 그때까지 들은 적이 없는 말 - 그것도 가능하다면 평생 듣지 않고 지내는 편이 행복한 말을 배우는 일이었다.

🔖
역시 그 어머니가 그 어머니였다는 사실은 무거운 것이었다······.
미쓰키는 어머니가 죽기 전부터 도달했던 결론에 다시 한번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나이가 되어 자신이 범한 잘못을 어머니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어머니는 많은 것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일본에서 자연재해에도, 빈곤에도, 불치병에도 위협받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온 여자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 게다가 이미 장수 사회가 되어 계속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의 존재는 보통 남자는 아마 상상도 못할 과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도 미쓰키의 인생은 어머니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

🔖 행복했던 것을 모르고 행복했던 무렵의 기억이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멀리, 그러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것이 미쓰키를 오히려 불행하게 했다.

💬
'긴 병에 효자 없다.'

겪어 본 사람은 이것이 안타까운 진리라는 것을 안다. 아니, 겪어 보지 않아도 예상 가능한 까마득한 진실이다.

어깨에 얹힌 묵직함.
미칠 것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동반하고
도의적 책임을 강요하지만
기본적인 인간성은 점차 상실되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 못 할 죄악감과 죄책감 속에서 점차 자신을 잃어가는 시간을 견디는 수밖에,
오직 내 속의 악마와 싸우는 수밖에 없다.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이 든다.

돈이 문제였다가
돈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가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내용 전체에 깔린 시니컬함과 인생에 대한 통찰은 무엇보다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직 부모가 젊고 애착관계가 깊은 세대보다는 부모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단계인 중년이후가 더 공감할 만하다.)

손가락 사이로 인생을 주르르 내버리고 있는 기분.
하지만 차분히 성찰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이고 서늘한 문장이 날카롭게,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음울함을 사정없이 찌른다.

저자는 삶의 근원적인 쓸쓸함과 슬픔을 직시하는 냉철한 서술 방식으로 시작해 점차 결을 달리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내면을 채워가는 여정을 그려나간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공감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날카로운 이야기였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지만 짧게 정리된 소제목을 하나씩 짚어가다 보면 금세 읽게 된다.

빡빡하게 이어진 글자들에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 천천히 느껴가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복복서가 출판사로부터도서를제공받아개인적인의견을담아적은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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