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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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적의 단어들 >

▫️저자 : 이적
▫️출판사 : 김영사

📖 이 책은 이적 자신의 '생각의 조각'이 담긴 글이다. 사유의 편린들이 모인 아주 개인적이고 본능적인 단편들 속에 이적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이적이 고른 단어들 속에서 연상되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나의 장르라 평가되는 그의 놀라운 독특함과 창의성이 엿보일 무엇인가 담겨있으리라.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가 일상 속에서 하는 생각과 담긴 지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짧은 찰나의 단상을 툭툭 던져 놓아서 그 어디를 펼쳐도 그의 모습이 보인다.
예상과 다르게 창의 노트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뾰족뾰족한 더듬이 머리 모양을 하고 진한 감성으로 '달팽이'를 부르고, 부릅뜬 눈을 장난스럽게 찡긋거리며
"난 왼손잡이야~"를 외치던 시절부터 그의 팬이었던 나에게는 그의 세계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총 5부로 구성된 짧은 단상들 속에서 그의 시선과 삶의 철학, 깊이 있는 시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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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갈 날이 낼모레구나"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 아이는 "에이, 할머니, 그럼 인생이 다 합해서 닷새라는 말씀이세요?"라고 놀리듯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참으로 그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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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앞을 내다보라" 라는 말과 "10년 뒤를 내다보라"라는 말은 정확하게 같은 뜻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앞과 뒤’를, 대체 가능한 한자인 ‘앞 전(前)과 뒤 후(後)’로 바꾸어보면 실감할 수 있다.
'10년 전'은 과거를, '10년 후'는 미래를 뜻한다. 한데 어찌하여 '10년 앞'과 '10년 뒤'는 둘 다 미래를 의미하게 되었을까. 시간의 앞과 뒤는 같다는 뜻일까. 우리는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결국 미래로 흘러간다는 뜻일까. 시간의 '앞뒤'를 바라볼 때와 '전후'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쪽과 우리가 등진 쪽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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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배우가 말했다. "스타가 된다는 건 물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아. 본질은 같고 잠깐의 변화만 있는 거라고 언젠가 얼음이 상온에 노출되어 다시 물이 됐을때 ‘아, 이 물은 예전에 얼음이었지‘라며 누가 알아줄 것 같나? 그저 물일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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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은 인성 교육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 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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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어렵사리손에 넣었던 마스크 한장을 친구에게 주었더니 진심으로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지않는다.
오늘 내가 그에게 마스크 몇십 박스를 보낸다 해도 그때처럼 감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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