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평점 :
<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저자 : 도널드 리치
▫️옮김 : 박경환. 윤영수
▫️출판사 : 글항아리
📖 자연의 패턴을 관찰하여 그것을 현실 세계에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구현해 내는 데 일본의 미학이 있다고 이야기한 도널드 리치는 60여 년의 세월을 일본에 머무르며 일본의 도시와 사회, 사찰, 정원, 음식,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의 영화에 관해 수없이 많은 글을 남겼다.
도널드 리치의 일본을 이해하는 방식의 처음은 관찰에 있고 그로 인해 인식한 겉모습부터 심부로 들어가며 바라본다.
'방해 없이 바라본' 관찰자의 시각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이 가진 미학을 발견하며 적은 이야기들 중 스무 편의 에세이를 골라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펼쳐 보여준다.
🔖형식을 극히 중시하는 일본의 태도는 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반영되어 있다. 의례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변형되고, 윤리라는 것은 즉흥성에 의해 훼손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패턴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고, 이름은 글로 써서 읽을 수 있을 때에만 기억된다. 귀로 듣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고 눈으로 보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그들과의 대비를 통해 우리를 규정한다.그러므로 우리는 경계를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웃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우리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옮긴이의 서문부터 이 책이 나에게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편견을 지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변명을 늘어놓으며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중 하나가 일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분노와 혐오를 담은 뿌리 깊은 시각이다.
고등학교에서 역사 연구 동아리에 속해 있었고 3년 내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후원, 지원하는 활동을 했었으니 마음에 어쩔 수 없이 피어나는 깊은 감정들이 자리 잡혀있다. 사회생활하면서 일본 업체들과 일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시간이 꽤 오래였는데도 말이다.
도널드 리치가 이야기하는 일본인들의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배치의 재구성 습성이 한국을 침략했을 당시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되며 다양한 방식으로 나라의 정기를 훼손시켰었는지를 알고 있어 담담하게 바라보는 독자가 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기에 책을 마주하며 도널드 리치처럼 경계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저자의 태도였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당시 시대적 특성상 저자의 입장과 위치를 고려했을 때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그야말로 열린 마음을 가진 자의 모습이다. 일본의 모습을 다방면에서 목격하고 서양과 동양의 다른 점을 찾아내며 그 문화만의 특성을 이해하려 한다.
전쟁 후 현대화되어가는 일본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에서 달라져가는 모습을, 일본인들의 상실감과 그들의 기본적인 습성, 감성을 이해하며 이야기한다.
도널드 리치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여적 알던 일본이란 나라는 그 겉모습과 단편적인 역사의 한 귀퉁이 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심도 있는 일본에 대한 이해와 시선은 촘촘한 거미줄의 끝부터 하나하나 다른 물방울을 매단 길로 인도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 같은 아시아인이지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의 몇 가지 모습을 저자는 그들만의 문화와 연결하여 집어내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로 그저 보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각과 여유가 조금 생겼달까.
일본에 대해 유독 가진 편견과 혐오.
이해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분명 존재하는 나의 입장에서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많은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책이다.
문장의 유려함과 수준 높은 필력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게하고 깊은 통찰로 펼쳐 보이는 도널드 리치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경험해보시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