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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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도망자의 고백 >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출판사 : 소미미디어

📖 사람을 치고 도주한 뺑소니 가해자 명문대생 마가키 쇼타와 그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 가족이 사건 이후 얽히며 일어나는 사건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내면 묘사와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전개로 흡입력을 놓치지 않으며 펼쳐낸다.

🔖나는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대로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 이 일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붙잡혀서는 안 된다.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부르짖어도, 아무리 원통해해도 이미 늦었다.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전할 수 없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마음은 그 무엇도 전해지지 않는다.

🔖“고통스럽지 않은가…… 자기 마음을 속이는 일이.”

🔖“마음의 문제라네. 망령은 실재하지 않아. 망령은 마음속에 있지. 죄를 짓고 자기 마음을 속이는 자는 불행한 일이 생기면 자신의 죄에 대한 응보라고 생각하지.”

💬 젊고 장래가 촉망되던 명문대생 쇼타.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과 가족,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인생이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진다.
법이 정한 형벌을 마치고 나오지만 사회에 나와 계속된 일상에서도 그의 형벌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보여주는 가해자의 입장을 담은 삶의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 그가 자신의 죄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덮어놓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누구나 같은 상황의 가해자가 되었을 때 쇼타처럼 외면과 거짓을 선택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과 불편한 공감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똑바로 마주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죄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이지 않을까?

교화시설에서 법에 의해 정해진 형벌을 받았다고 해서 지은 죄의 속죄가 끝나는 것인가?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라 생각한다.

죄의 경중을 떠나서 죄를 저지르고 그것을 온전히 인지하면 마음속에 평생의 감옥을 안고 살게 되겠지...
그 짓누름을 견디고 끊임없이 자책하고 되새김질하며 죄의식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해지고 보이는 형벌보다 더 아득하고 두려울 것이 자명하다.

이 책이 단지 가해자 쇼타의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었다면 이다지도 마음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과 의식의 끝자락까지 놓지 못한 한과 같은 죄의식을 안고 있는 피해자의 남편인 노리와 후미히사의 모습에서 '죄'와 '속죄', '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깊게 생각해 봐야하는 무게감 있는 주제를 흡입력 있고 술술 익히는 가독성을 무기로 우리에게 던지듯 질문하는 작가의 탁월한 방식이 사회문제를 다루는 기존의 일본 소설에 대한 불편한 조심스러움을 내려놓고 그의 이전 작품들을 뒤적이게 만든다.

소미 미디어의 팔로우 이벤트로 책을 선물 받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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