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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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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에 태어나 문학평론가의 삶을 살아온 이어령 선생은 2022년 2월 26에 별세했다. 그의 마지막 수업이 아닌 진짜 마지막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오늘 나는 여러분과 함께 한 세상을 살아왔고 한 시대를 지내온 사람으로서 마지막,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책은 시작된다. 첫 문장부터 뭉클하다. 저자의 문체는 80년이 넘은 세월을 살아온 언론인이라서 그런지 한 문장 한 문장이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뭉클하다. 그리고 냉철하다. 단지 몇 장읽었을 뿐인데, 이어령 선생의 다른 책도 찾아보았다. 다른 책도 읽어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목차는 귀엽게도,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로 흘러간다. 모두가 아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그 노래처럼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키워드로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게 이렇게 이어진다고? 그래서? 라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텔링인가 싶다. 원숭이로 시작된 역사와 세상 이야기가 끝나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_ 내가 살아온 과거는 바로 여러분이 살아온 것과 같은 체험의 집합지에요. 집합 기억을 되새겨보면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내가 없는 세상에도 거리두기가 있을 것이고, 어린애들 웃음 소리가 있을 테지만, 그것은 어제의 웃음소리가 아니고, 어제의 뉴스가 아니고, 어제의 거리가 아닙니다... 어제의 것이 아닌 내앨의 것, 미래의 것이지요. 내가 없는 세상에는 어떤 세상이 나타날까요? 그것을 고별의 인사말로 공유함으로써 그 비행기는 높이 높이 날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여러분에게 이야기한 나의 작은 체험, 함께 나누었던 80여 년 동안의 경험에 대한 회고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저자는 곧 세상을 떠날 줄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유서처럼 독자를 위한 글이었을까. 이렇게 잘 살아왔으니 이후 다음에 올 세대를 위해 제대로 된 인사말을 준비한 것이다. 겨우 142쪽짜리 책 한 권으로 그동안의 세월을 훑으며 이후의 삶을 우리에게 맡기는 느낌이라 마지막 장을 덮으니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