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별에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고통들 같은 경우에는 여러 번 겪을수록 내성이 생겨 덜 아프고 덤덤해지지만, 이별의 고통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매번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픕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기는 하죠. 그런데 그것은 고통을 극복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잊어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시린 아픔』을 읽다 보면 작가가 겪은 이별의 고통에 완전히 감정을 이입하게 됩니다. 마치 제가 얼마 전에 이별을 겪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랬기 때문에 먹먹한 심정으로 천천히 책을 읽어나가야만 했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이별하기 전의 3개월, 후반부는 이별한 후의 3개월 동안 적은 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후반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일 쓴 일기의 한쪽(책을 펼쳤을 때 왼편)에는 자신의 이별 이야기가, 다른 한쪽(책을 펼쳤을 때 오른편)에는 어느 누군가의 이별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요. 자신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내용은 항상 거의 비슷합니다. 이별의 순간과 당시의 심정이 문장만 조금씩 다르게 반복되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문장 개수가 줄어들고 글씨는 옅어집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쯤에는 이별을 잊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기를 마치 제가 쓴 것 마냥 공감하며 읽자, 오른편에 적혀있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도 마음 속 깊이 다가왔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 각자의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치유되는 느낌이랄까요. 이 책의 독특한 형식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새로운 독서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책을 한 번 다 읽은 후, 다시 책의 전반부를 펼쳐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별하기 전, 그러니까 세 달 쯤 후에 이별을 할 줄 몰랐던 때 적었던 문구들이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다음 다시 한 번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당도하게 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페이지를 추가해서 그곳에는 저의 이별 이야기를 적어놓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면 왠지 이 책의 저자인 소피 칼,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이별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둘러앉은 모임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동참한 사람들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부끄럽지 않을까, 민망하지 않을까라는 속단을 넘어서서 속마음을 후련히 털어놓는 용기부터 내봐야겠습니다.


※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http://bookchany.blog.me/22030049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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