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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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나 낭비됐다는 말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습니다. 예산 낭비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빠지지 않는 말이라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일종의 클리셰 같달까요.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비단 많은 예산에만 있지 않다는 데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22조원이라는 돈이 저로서는 가늠하기 힘든, 굉장히 큰 액수이기는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까지 고려해본다면, 22조원이라는 워딩만 반복하는 것은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아쉬움은 『MB의 비용』의 ‘맨 얼굴의 4대강사업’ 파트를 읽으면서 완전히 해소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파트에서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의 갖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낼 뿐만 아니라 22조원보다 더 많은 돈이 낭비되었고, 4대강을 정말로 살리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거라는 전망까지 내놓는데요. 마치 어퍼컷을 연속으로 날리는 듯해서 속이 후련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 이야기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요.

한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엄청난 업적인 것처럼 여겨졌던 자원외교의 실상을 까발린 첫 파트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너무나 어처구니없다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그 외에도 기업에 어떤 특혜를 선사해줬는지, 한식세계화 사업에 얼마나 알맹이가 없었는지 등 미처 몰랐던 이야기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도 이제 오래인데 굳이 이런 책까지 내야하냐는 비판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MB라는 별칭을 2015년에 또 다시 호명하는 것이 그렇게 탐탁치만은 않았습니다만,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자서전을 내며 자신의 지난날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할지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꾹 참았습니다. 안 그래도 두둑한 연금을 받으시는 분이고, 연금이 아니어도 돈이 많으신 분인데, 굳이 인세 수입을 늘려드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시간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선으로 되돌아볼 필요 또한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럴 시간에 『MB의 비용』을 한 번 더 읽는 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 사회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인 것 같네요.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http://bookchany.blog.me/22030009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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