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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된 사람은 이제 졸부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재테크에 성공한 부지런한 사람이요, 땅의 가치를 미리 알아본 능력 있는 사람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죠. 물론 그로 인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는 것은 아직 쉬쉬하고 있어서, 그것을 예능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농구선수 서장훈에게 건물 임대 수입이 얼마냐 되는지 묻고선, 그 질문에 진땀을 흘리는 서장훈씨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땅값, 집값 이야기는 예능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본격 재테크 예능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곁들이는 토크의 주제로 참 자주 등장하죠.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는 평당 500만원이라는 부동산 문구를 오해한 아이들이 벌이는 귀여운 소동이 벌어지는데요. 그런 소동이 현실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서 아이들이 집과 관련한 경제 관념을 일찍부터 접하기 때문이죠.
당연한 수순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간을 형성하고 작동시키는 원리가 그래온 지는 오래고, 그 원리의 흐름을 잘 탄 사람들은 크나큰 경제적 이윤을 얻었으니까요. 그러한 욕망이 압축적으로 발현되어, 류동민 교수가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설명하듯 롯데월드, 초대형 교회 등을 만들어냈죠. 사람들의 생각도 확 바뀌었습니다. 배달원들에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인 강남 아파트의 주민들만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소도시 주민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요? 집값의 액수가 다를 뿐 그 집값을 지키거나 올리려고 전전긍긍한다는 점에서는 별 다를 바가 없죠.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부제는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입니다. 임금은 그대로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 시대에 집테크를 하는 게 어째서 문제냐는 반문에 대한 류동민 교수의 대답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도생이 모여서 어떻게 사회 전체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지를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테크의 가치가 일상화된 사회는 과연 정상일까요?
제가 비정상회담에 게스트로 나간다면(그럴 가능성은 1%도 없겠지만) 이 안건을 내보고 싶습니다. 예능에서 시작한 문제 제기를 예능으로 끝마친다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