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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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란 무엇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나하나의 ‘시’에 다가가는 데조차 난항을 겪는 내가 ‘시’를 정의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시’보다 친숙하다고 느끼는 ‘소설’이 무엇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는데 ‘시’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니.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참... 쓸데없는 것 같으니 오히려 더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 얄팍한 대답, 오답일 게 분명할 대답이 떠올랐다.


‘시’는 삶의 최전선을 표현한 언어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핵심 없는 두루뭉술한 대답 같다. 역시 자문자답으로 멀리 나아가기란 어려운 일 인 듯싶다. 그리하여 정끝별 시인의 해설이 붙은 『돈時』를 읽으며 ‘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했다.


‘시’를 ‘돈’과 비교해서 설명한 머리말의 한 문구에는 이 책의 기획 의도가 잘 드러난다.


“돈이 자본주의의 꽃이라면, 시는 인간 정신 혹은 인간 언어의 꽃이다. 돈과 시가 ‘산다’로 압축되는 우리 삶의 꽃이라는 점에서는 그 뿌리가 같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반대 지점이다.”


“언제부터인가 돈에 관한 시를 보면 통쾌했다. 속되다고 하는 것과 고상하다고 하는 것이 만나, 둘 중 하나가 서로인 척한다는 점에서 키치라고나 할까.”


그렇다. 요새는 ‘산다’는 말에 ‘돈’이 꼭 붙어 다닌다. 무언가 일을 시작해볼까 할 때는 이게 돈이 되는지 고민해야 하고, 무언가를 하고 놀아볼까 할 때도 이걸 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내놓았던 대답도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인가 싶다. 이제 삶의 최전선에는 항상 ‘돈’이 있으니... 라고 하기엔 너무 두루뭉술한 대답이라 어디에든 갖다 붙이는 게 가능해보인다.


‘돈’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시’들을 여러 편 연속해서 읽다 보니 ‘시’가 조금은 더 친숙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돈에 관한 시라는 것을 알다 보니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 중 한 단계를 이미 통과한 상태라 그랬던 것 같다.


꽤 오래 전에 쓰인 ‘시’들을 보면서는 예나지금이나 돈 걱정으로 한숨이 꺼지는 건 마찬가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시’가 언제 쓰인 것인지가 함께 표기되어있다면, 시대에 따른 돈의 역할 변화를 어림짐작해보는 재미도 더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과거에도 돈이 힘을 가졌지만, 돈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지금과는 다소 다른 의미를 가졌을 테기 때문이다.


정끝별 시인의 해설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어서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해설을 여러 개 읽어갈수록 그것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졌다. 말하자면 각각의 시를 보고 쓴 에세이랄까.


앞으로 다른 시집을 읽을 때면 돈에 관한 시가 눈에 더 띌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다른 시에 좀 더 쉽게 다가갈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시집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5019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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