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 힙합이 알려 준 삶의 행복과 긍정 에너지
김봉현 지음 / 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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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선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지 말라” 가르친다고 들었다. 편견일지도 모른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자유의 언덕>에서 “일본 사람들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예의바르다”는 윤여정의 말을 카세 료가 반박하듯 요즘에는 “네 주관대로 행동하라”고 가르치는 일본인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일본의 실정을 내가 알 수는 없으니, 그리고 어차피 한국의 실정을 말하려고 꺼낸 말이었으니, 주제를 조금 바꿔서 한국에선 아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르치는지 생각해보자. 나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도 아니어서 요즘 한국의 실정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본다면 이렇게 가르치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튀지 말고 사람 많은 곳에 섞여라.” 물론, 이런 워딩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말을 돌려서 하는 것일 뿐 핵심 메시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튀지 않기 위해서는 겸손이 필수다. 이제 겸손은 미덕이 아니다. 사실상 겸손은 강요된다. 겸손하면 더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게 아니라, 마땅히 겸손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주 못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말이다. 자화자찬을 했다가는, 혹은 스스로 뿌듯해하다가는 별의 별 소리를 다 들어야만 한다. 건방지다는 둥 초심을 잃었다는 둥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들으면서도 결코 반박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더욱 몹쓸 놈이 되어버린다.

그런 가운데에서 당당히 “내가 최고”라고 외치는 래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귀가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다. 패키지여행을 즐기는 한국 사람들 표현을 빌리자면 느끼한 외국 음식에 시달리다가 컵라면을 먹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으며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랑하고, 스타일이 다른 래퍼를 과감하게 디스하는 모습을 볼 때면 평소의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다.


요새 청년들은 패기가 없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물론 그런 기성세대의 지적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패기 있게 그들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들은 게 어디 한둘이었던가. 뭐 그래도 패기 없는 청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과연 몇몇 청년들이 패기 없는 게 마냥 그들만의 잘못일까? 어쩌면 “튀지 말라”고 하고, 겸손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가르침이 체화됐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도덕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배웠던 도덕 교과서에는 회사를 집처럼 생각하고 일하라는 둥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내 잘못은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보라는 둥 헛소리가 가득했다. 내용이 바뀌었어도 한심한 소리가 가득한 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힙합 정신을 배우는 게 도덕 교과서를 읽고 시험을 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해 보인다. 힙합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보고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삶의 어떤 부분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다 힙합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을 입문서 삼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청소년을 위해 기획된 책이기는 하지만 성인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힙합에 대한 오해는 풀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꽉 막힌 생각을 확장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4765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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