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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실버산업이 미래의 유망한 사업이란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아마 5년 전쯤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첨단 동향에 그리 빠삭한 사람은 아니니 훨씬 오래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전히 실버산업은 사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인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에 특화된 사업은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적은 것이 실정이니, 굳이 전문가의 보충 설명이 없어도 블루오션이라는 것이 이해가 될 만큼 확실한 블루오션이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노인에 특화된 사업은 왜 거의 없는 걸까?
다시 실버산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실버산업의 예시로 일컬어지는 것을 살펴보면, 전문요양원이나 활동보조기구 같은 것이 주를 이룬다. 즉, 그런 것이 현재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노인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는 부실한 노인 건강 관리 시스템을 몸소 뼈저리게 느낀 경험담이 나온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4년 가까이 간병한 작가의 회고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의 아버지가 투병 초기에 입원했던 종합병원은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켰고, 처음 고용했던 간병인은 교육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딱 보기에도 초보 같아 보인다. 아버지의 병세가 이런 지난한 사정을 염려해서, 음 그러면 내가 활동을 좀 쉬어야 되겠군, 이러면서 주춤할 리 없었다. 하나의 난관을 수습할 때쯤이면 아버지의 병세가 확연히 나빠진 것이 확인되고 새로운 난관이 생겨나는 식의 일이 반복된다. 그 간극을 감당해낸 작가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실버산업 운운하는 예비사업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어쩐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실버산업이 탄탄히 구축된 미래가 온다고 해도 죽어가는 부모님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까지 저절로 단련되지는 않는다. 언젠가 마음을 조종하는 기술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전까지는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를 읽고 나니, 어느 먼 미래에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이 아주 자신이 생겼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조금 덜 막막해진 정도다. 그래도 대략 어떠한 막막함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언어로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를 읽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가지만, 자식은 그렇게 커가는 것이다.
※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4688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