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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미각의 획일화를 통해 인류가 자사 제품만을 먹는 세상을 만들려는 거대 자본 기업이 소소한 맛집을 폭격하거나, 어렸을 적 맛집에서 어떠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바람에 맛집을 공격하게 된 연쇄맛집폭격범이 어느 날 맛집의 음식에 너무 감동받아 폭격을 그만두게 되거나, 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고 책을 읽기 전에 예상해봤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붕어빵은 붕어가 아니라 빵이고, 바나나우유는 바나나가 아니라 우유다. 그런 것처럼 『맛집 폭격』의 중심주제는 맛집이 아니라 폭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붕어빵이 빵이지만 붕어 모양이 중요한 정체성이고, 바나나우유는 바나나맛이 중요한 정체성인 것처럼 『맛집 폭격』에서 ‘맛집’이 중요한 정체성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붕어빵은 붕어 모양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빵이고, 바나나우유의 바나나맛은 바나나향일 뿐인 것처럼 ‘맛집’은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은 중요한 것 같은 정도의 역할 정도만 이 소설에서 수행한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스포일러포비아가 하도 많은 시대인지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니, 맛집이 결코 맥거핀은 아니라고만 말하는 수밖에 없겠다.
맛집에 관한 재미나면서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죄다 스포일러여서 말하지 못하니 입이 참으로 근질근질하다.(실상 타자를 치고 있으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고 해야할라나...) 이렇게 말하니 반문이 돌아올 것만 같다. 뭐야 맛집이 아니라 폭격이 중심주제라면서, 라는 반문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맛집 폭격』의 핵심이 ‘맛집 폭격’이 아니라 ‘폭격’이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 소설에서의 폭격이 어떠한 특수한 맥락 속에 있고, 그 맥락이 소설의 핵심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폭격이라는 단어를 보고서는 지엽적인 테러 행위를 떠올린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 소설 속 폭격의 스케일은 거대하다. 한국과 다른 어느 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두 나라는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있어서 미사일 폭격을 주고받는 식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 나라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고, 간헐적으로 미사일 폭격이 이어져서 몇몇 건물이 무너지기만 한다.
이런 것도 전쟁이라 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생각을 펼쳐나간 것이 『맛집 폭격』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전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는지, 그 전쟁 속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전쟁의 피해를 수습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이것이 바로 폭격이 일어나는 소설 속 맥락이다. 그 맥락 곳곳에는 통찰력이 엿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하다. 한마디로, 재밌는 소설이다.
※ 이 리뷰의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45199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