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 - 내 곁에 있는 책이 나를 말해준다
김욱 지음 / 모아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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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1일. 책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날이다. 물론,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으니 날짜만 듣고는 무슨 일이 있었던 날이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포탈사이트 인기검색어 리스트를 온라인 서점이 차지한 전설적인 날이 있었지, 라는 말까지 듣는다면 어떨까? 분명, 그날의 세세한 풍경도 기억해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 2014년 11월 21일은 강화된 도서정가제 시행 바로 전날이었고, 그날 이후로는 마주할 수 없을 반값할인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각종 온라인 서점 서버가 마비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2014년 11월 21일은 ‘역시 시간 때를 잘 만나야 한다’라는 진부한 명제가 참이라는 것이 다시금 확인된 날이기도 했다. 그날 책 판매량이야 전반적으로 어마어마했지만,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들었던 책의 판매량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 여파는 2014년 올해의 책 선정 때 고스란히 나타났다. 대개의 온라인 서점은 책 판매량으로 올해의 책 선정 후보를 먼저 추렸는데 그러고 나니 2014년 11월 21일의 베스트셀러들이 거의 다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당시에 반값할인 중이면서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시간 때를 가장 잘 만난 책이지 않나 싶다. 그런 탓에 월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2014년에 한국에 책이 많이 나왔고 신간의 판매량도 적지 않았는데도, 2013년에도 많이 팔려 이미 한 번 올해의 책 후보로 올랐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2년 연속으로 올해의 책 후보로 오르는 희한한 일이 생길 정도였으니.

 

반값할인 도서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뒤덮고, 베스트셀러는 이미 많이 팔렸다는 이유로 더 많이 팔리던 풍경이 이제는 추억거리가 됐다.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어느 정도 안착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신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출혈 경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완벽한 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법의 본질은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명령인데,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 말라고 명문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정착된다고 해서 출판계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그건 결코 법안이 불완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법은 애초에 불완전하다. 법을 그나마 완전하게 만들려면 사회구성원들이 그 법안의 취지를 받아들이고 각자 사정에 맞는 세칙을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수밖에 없다. 즉, 출판계를 살리려면 출판계 구성원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출판계 구성원에는 ‘독자’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그중 하나는 ‘베스트셀러에 너무 영향 받지 않기’일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려고 사재기를 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짓고, 과장된 추천사가 띠지는 물론이고 책의 앞뒤 표지까지 진출하게 된 건 그만큼 베스트셀러가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편식에 있다.

 

그래도 베스트셀러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베스트셀러가 된 거고, 그러니까 그걸 편식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냐는 반문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 반문을 하는 거라면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라는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베스트셀러의 의미를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며, 독서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이런 편식형 독자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만 골라 담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책을 잘 살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해준다.”(115p)

 

※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3926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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