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 쉽고 재미있는 우주론 강의
이종필 지음, 김명호 그림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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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 열풍 뒤에는 어디까지가 과학적 진실이냐는 질문이 따라 나왔다. 각종 매스컴에서 ‘인터스텔라 속 과학 이야기’ 같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런데 실상, 주로 다뤄지는 과학적 진실은 굉장히 시시한 내용이었다. 그저 눈에 띄는 소재들, 이를테면 블랙홀이나 웜홀 그리고 중력과 시간과의 관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제대로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우주의 신비’ 같은 느낌만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기초적인 두루뭉술한 이야기라는 전제를 깔았다면 또 모를까, 오히려 양복 입고 어깨에 힘을 가득 주고선 “최신 과학 이야기를 들려줄게” 같은 태도를 보이니 꼴사납기까지 했다.


매스컴 종사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조건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인터스텔라>에 담긴 과학 이론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매스컴을 보면서 콘텐츠 생산자들이 중학교 과학 시험을 치면 몇 점이나 받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와 별개로 <인터스텔라>의 핵심을 이루는 과학 이론은 이공계 대학원생 중에서도 특정 전공의 학생들만 배우는 수준이었다.


“우와, 저게 블랙홀이래”, “웜홀을 이용하면 먼 곳까지 빨리 갈 수 있대” 정도의 말을 과학적 감상이라고 내뱉고, 블랙홀 속에서 일어난 일은 영화적 환상이라고 딱 부러지게 구분해놓고는 자부심을 느끼는 매스컴 종사자들의 생각과 달리 <인터스텔라>의 과학 이론 핵심은 중력방정식과 초끈 이론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개념들이다. 이것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007 시리즈를 보면서 폭탄 제작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없듯이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그 안의 과학 이론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이해하면 안 된다는 말 또한 맞지 않다.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과학 이론이 무엇인지 공부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매스컴 기사를 통한 공부는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핵심적인 과학 이야기는 전혀 담겨 있지 않으며, 심지어 기초적인 이야기 속에 오류도 잔뜩 포함되어 있다.


<인터스텔라>의 과학 이론은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사실은 꽤나 많다. 그리고 그것들도 이해하기 퍽 어렵다. 그것을 천천히 이해해나가는 확실한 방법은 물리학 전공 서적을 읽어보는 것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다행히 대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 쉽고 재미있는 우주론 강의』가 그 대안 중 하나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에는 <인터스텔라> 속 과학 이론이 상세히 설명되어져 있지는 않다.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바꿔 말하면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보다 기초적인 과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소리다.


챕터를 거듭해가며 우주를 연구해온 인류의 역사가 간략히 정리함과 동시에 각 시기에 어떤 과학적 법칙을 정립해나갔는지가 서술되어져 있는데, 지동설을 믿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며, 블랙홀이라는 것의 개념이 제기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이 중요한 화두인 것은 맞지만, 갈릴레이의 실험까지 자세히 예를 들어가며 중력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은 너무 차근차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처음에는 들었다. 그러나 중력 법칙이 관성의 법칙으로 확장되고, 그것이 다시 상대성이론으로 확장된 것이라는, 과학 이론과 역사를 엮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그래서 지금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어느새 수긍하게 된다. 그와 함께 기초적인 과학 이론이 머릿속에 각인되기도 했다.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은 킵 손이 직접 쓴 인터스텔라 관련 과학 책도 최근에 출간됐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인터스텔라가 좀 더 직접적으로 호명되는 책일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를 완독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왜냐하면 상대성이론은 여전히 알쏭달쏭하기 때문...), 그래도 읽기는 했으니 킵 손의 책을 읽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다. 상대성이론을 아는 게 실생활에 도움이 될 리야 없겠지만, 어차피 쓸모없는 일을 잔뜩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킵 손의 책 읽기에도 도전해봐야겠다.


※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38119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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