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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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아래에서만 부는 바람이 있고, 울창한 숲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공기가 있다. 아무리 비싼 최신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라 할지라도 흉내 내지 못하는 것들이다.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뭉뚱그려서만 무엇인지 알뿐이다. 짐작컨대 그 차이는 식물이 만들어냈다. 첨단 기술로도 이뤄내지 못한 것들을 식물이 실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식물은 아주 먼 옛날부터, 어쩌면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그러한 경지에 이미 도달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식물이 약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니까, 여차하면 잎이 뜯기고 때로는 뿌리째 뽑히니까 그렇게 추측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식물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고 있는 오해다. 보통 우리 눈에는 식물의 뿌리를 제외한 부분만 보인다. 게다가 식물은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산다. 우리는 식물의 극히 일부분만 보면서 멋대로 하등한 존재라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나무들에서 뿌리는 땅 위에 있는 나무의 키만큼이나 땅속 아래로 깊이 내려가며, 가지가 퍼지는 거리보다 약 3배 멀리 퍼진다. 애리조나에서 어느 건축 부지의 땅을 파는 동안 확인된 근계는 지하로 200피트(약 61미터)나 자란 상태였다.”
(『희망의 씨앗』 36p)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서양주목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적어도 2000살 이상이리라 여겨지며 일부 개체들은 지구별 위에 4000년 동안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희망의 씨앗』 73p)

 

 


이처럼 식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희망의 씨앗』에서 읽어볼 수 있다. 식물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야기의 폭이 넓음은 물론이고 깊기까지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마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식물의 열매가 동물에게 먹히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이용해서 식물이 씨앗을 퍼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식물은 동물보다 고차원의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2000년 동안 잠들었던 씨앗이 묘목으로 자라나 1000년 가까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식물의 경이로움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수많은 식물학자들의 공헌 덕분이다. 필사적으로 우주를 관찰하고 동물의 세계를 훔쳐본 연구자들이 있었듯,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식물의 세계를 탐독한 연구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식물 연구의 가치가 돋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어쩌면 지금도 그런 것 같지만.) 그러한 고충이 담긴 식물학자들의 에피소드가 『희망의 씨앗』에 여럿 등장하는데, 이걸 읽는 게 꽤나 재미있었다.

 

 


“식물들이 갑판 위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때조차, 선원들이 갑판을 걸레질하며 상자에 물을 튀겼다. 매일 상자 안에 공기를 넣어 주기 위해 선원들이 잠시 동안 각 상자들의 뚜껑을 열어 주기로 되어 있었지만 자주 빠뜨렸다. 게다가 폭풍이 심하게 칠 때면, 배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종종 식물들이 버려졌다. 당연하게도 표본을 얻느라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한 식물 사냥꾼들은 그 식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며 선장과 관리자들, 일반 승무원들에게 빈번히 뇌물을 후하게 건네주었다.”
(『희망의 씨앗』 126p)

 

 


※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http://bookchany.blog.me/22023513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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