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킨포크 테이블

The Knock 더 노크 밥 - 시간을 나누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윌북 / 2014년 11월

킨포크 테이블과 판박이다. 표지도 그렇고 편집이나 사진 스타일을 봐도 그렇다.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과 레시피, 그리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있다. <더 노크 밥>은 한국판 킨포크 테이블인 것이다. 한국판이기에 실제로 옆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과 집에서 가끔씩 먹는 음식들이 등장해서 킨포크 테이블보다 깊은 친숙함이 들었다.

간략히 정리된 음식 레시피는 직접 요리를 할 때 써먹기에도 유용하긴 한데, 깔끔한 <더 노크 밥>과 달리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물론 나의 부족한 요리 실력 탓이리라.

맛있어 보이면서 평소에 자주 먹지는 않았던 사과 파이 만들기에 도전해봤는데 <더 노크 밥>에 실린 단아한 사진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양새가 나왔다. 다행히 맛은 괜찮았다. 그런데 예쁘지 않은 모양새보다 더 문제였던 건 따로 있었다. 포크로 파이를 집어서 들어 올리면 파이가 부스슥 소리를 내며 부셔져버린 것. 어린 아이가 바닥에 부스러기를 다 흘려가며 먹듯이 사과 파이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맛있고 예쁘기도 한 음식을 만들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정성까지 더해져야만 한다. 음식을 밖에서 사먹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조리해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행위이다. 이것은 <더 노크 밥>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너무 빠르게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금세 사라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집밥을 지어먹는 것도, 그 밥을 여러 사람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먹는 것도 사라져가고 있다. 킨포크 시리즈가 그렇듯 <더 노크 밥> 또한 그러한 현대 사회의 풍속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조곤조곤하게 건네는 음식과 일상 이야기를 전한다.

킨포크 테이블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음식 사진 자체가 한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보자마자 군침이 도는 사진이 아니라는 말이다. 미각에 자극을 주기 보다는 음식을 매개로 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맟춰서 그런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런데 <더 노크 밥>에서 아쉬웠던 한 가지는 레시피가 너무 간략하다는 것이다. 킨포크 테이블 시리즈의 레시피는 좀 더 친절했는데... 이건 어쩌면 사과 파이 만들기에 성공하지 못한 푸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레시피가 조금은 더 자세해도 좋을 것 같다.

※ 리뷰 원문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http://bookchany.blog.me/220222184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