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들에 관한 기억
서수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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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에 선정되어,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당신은 새에 관한 추억이 있나? 나는 시골에 살아서 새에 관한 추억이 많다.

중학교 때 학교에 집을 짓던 제비들, 고등학교 때 잡았다 놓아준 새들,

성인이 되어서 공원에서 본 딱따구리, 물까치, 매, 괭이갈매기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보는 철새들, 가끔씩 드물게 보는 장끼와 까투리들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새들에 대한 추억이 가득해서 이 책이 친숙했다.

<어떤 새들에 관한 기억>이 많아서 읽는 동안 새록새록 피어나는 추억에 즐거웠다.

만약 당신이 새가 많은 시골에 산다면 이런 추억이 떠올라서 즐거울 것이고,

만약 당신이 도시에 산다고 해도 새로운 새들의 모습에 즐거울 것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시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이과였던 나에게 시는 달달 외우는 요약본이었다. 진짜 수능을 위해서 요약본을 몇번이고 읽었던 기억만 있었다. 수능이 끝난 뒤에도 시만 보면 그랬다.

그래서 읽기 전에 긴장이 되었다. 

"아, 또 이 시집도 수능처럼 읽으면 안 되는데! 이번에는 즐기기 위햇 읽는건데~"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달달구리한 추억들을 보기 위해서 고른 책인 만큼 두근거렸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이 시집은 쉬웠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보는 풍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책의 뒷표지에서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공원에서 보던 풍경과 너무 비슷해서 웃음이 났다.

처음 걸을 때부터 보았던 꼬리가 길고 푸른 물까치 때들, 좀 걷다 보면 얼굴을 보이는 갈색머리의 이름 모르는 텃새, 그 텃새가 안 보일 정도로 걸으면 얼굴을 내미는 오색 딱따구리

오색 딱따구리가 안 보일 정도로 걸으면 보이는 괭이 갈매기와 참매

질겹도록 그렇지만 즐겁게 도는 공원에서 보던 새들이 모두 뒷표지에 있어서 웃겼다.

'내가 시골에서 본 일상을 이렇게 보는 작가님도 있구나. 이들이 이렇게 즐겁고 새로운 존재로 쉽게 해석될 수 있구나. 이과 생활만 5년 넘게 한 나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가 있다니!' 이과생 5년 짬밥에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집이 있어서 행복했다.


작가님의 갤러리를 접하기 전까지 나는 그림이란 이렇고 저래야 한다는 틀에 갇혀있었다.

그림이란 작가님의 미의식을 보여주고 그 개성을 뚜렷하게 살리는 표현 도구로서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새를 주제로 한 시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 그림들, 독서 노트에 끄적인 낙서에서 시작된 그림들이었다. 내가 알던 무거운 그림이 아니었다.

코로나 블루로 그림에 권태기가 온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이렇게 투박하고 거칠게 그려도 귀여울 수 있구나.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창작으로 지친 마음에 마중물을 뿌려주어서 기쁨의 눈물만 나왔던 그림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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